(서울=연합인포맥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대학 동문의 아들 취업과 관련해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지난 주말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최 원장은 일단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쪽으로 스탠스를 취하는가 하더니 의혹 제기 사흘 만에 돌연 사의를 표명해 금융권 관계자 모두를 어리둥절케 했다.

채용비리를 근절하겠다며 대대적인 은행권 검사에 나선 금감원 수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중심에 서자 당연히 자리보전은 부담스러웠을 터이고, 임명권을 행사한 청와대의 입장도 곤혹스러웠을 것은 분명하다.

최 원장의 사의 표명은 나름의 합리적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또 금융당국의 설명대로 채용비리의 책임이 아닌 금감원이 하나은행의 채용비리를 검사(최 원장 채용비리 의혹 포함)하는 데 있어 최 원장이 현직에 남아있으면 검사의 공정성이 문제가 될 수 있어서 그만뒀을 수도 있다.

여하튼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을 둘러싼 전직 하나맨 최 원장과 현직 하나금융 회장의 악연은 최 원장이 먼저 현직에서 떠나면서 일단락됐다.

그렇다고 모든 게 일단락된 건 아니다. 2라운드가 기다리고 있다. 최 원장이 사임에 앞서 구성한 금감원 특별검사단은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혹과 최 원장의 인사청탁 의혹을 확인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하나은행의 채용비리를 계기로 금융권 채용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채용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감원장은 본인이 잘못을 시인하고 사임한 게 아니라 공정한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본인이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며 "금감원이 철저히 조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라며 금감원의 입장을 두둔했다.

특히 최 위원장은 "최 원장에게 제기된 채용비리 의혹은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것들이다"며 "문제의 본질은 아니지만, 하나은행 경영진도 이런 것이 제보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는 게 일반적인 추론"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최 위원장의 발언은 금융당국 수장을 망신주기 위해 비위 혐의가 없는 내용까지 외부로 유출한 하나은행의 도덕성을 문제 삼은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하나금융은 자신들에게 칼날을 겨누던 금감원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쌍수를 들어 좋아하고 있을까. 일개 금융회사가 금감원장을 모함하고 무고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리스크를 굳이 짊어지고 갈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추론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로써는 당국이든 하나금융이든 또렷한 증거 하나 내놓지 못한 채 공방의 공방만 거듭하고 있다.

최 위원장이 말한 대로 금감원이 명명백백 최 원장의 채용비리 있었는지, 없었다면 어떤 경로로 관련 내용이 유출됐는지 발본색원하는 길밖에 없다.

하나은행 인사기록이 저장된 서버는 금감원도 이미 채용비리를 검사한다며 들여다봤다. 검찰 역시 지난달 8일에 이어 지난 7일 하나은행 본사 은행장실과 인사부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하나금융에서 서버를 관리한다고 그들에게만 자료 유출의 혐의를 씌울 수도 없게 됐다는 얘기다.

물론 구두로 정보가 밖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여하튼 인사기록을 들여다봤다면 누가 열람했는지 파악이 가능할 것이고, 금감원도 향후 이와 관련된 검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소모적인 논쟁을 종결함과 동시에 또 다른 의혹을 낳게 해선 안 될 것이다. (정책금융부장)

sg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