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키움증권 설립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뒷 이야기가 있다.

키움증권은 국내 최초의 온라인 증권사로 출범해 대한민국 증권계에 한 획을 그었다. 그런데 사실 이 '온라인 증권사'라는 컨셉은 권성문 전 KTB투자증권 회장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사연은 이렇다. 약 20여 년 전 이야기로, 한국이 외환위기로 국가통화기금(IMF) 구제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권 전 회장은 증권사 설립의 꿈을 안고 금융당국에 증권업 인가를 신청했다.

당시 그는 30대 후반에 불과했지만. 이미 기술벤처 투자로 큰돈을 번 상태였다.

권 전 회장은 연세대학교 졸업 후 삼성물산 수출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종합금융 등에서 근무하다 1995년 인수·합병(M&A) 중개회사인 한국M&A를 설립했다.

그는 PC용 사운드 카드 제조업체 옥소리의 한솔그룹 매각을 주도하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공격적 M&A를 통해 천억 원대의 자산가가 됐다. 벤처투자 귀재 등의 별명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증권업에 진출하려던 그의 꿈은 당국의 인허가에 가로막혀 이뤄지지 못했다. 냉각 캔 사건 등으로 검찰에 고발됐던 전력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권 전 회장은 1999년 그가 인수한 '미래와사람'이 냉각 캔을 세계 최초 초소형냉장고라고 홍보하며 호재성 허위과장 공시를 내고, 주가를 끌어올린 뒤 유상증자를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바 있다.

이듬해 서울지검 특수 1부는 권 회장에 대해 기소 유예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고발 내용 가운데 '대량 생산을 위한 금형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과장한 것만 인정했다.

이 때문에 권 전 회장은 증권사 설립을 위해 준비했던 자료 등을 김익래 키움증권 회장에게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증권사 설립을 준비했고, 2000년 키움닷컴증권㈜ 법인을 설립해 지금의 키움증권으로 키워냈다.

지난해 말 기준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3천981억원으로, 상위 10개 증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또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과 김봉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자본시장을 이끄는 인물도 배출해냈다.

권 회장이 증권업에 진출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2008년이 되어서다. 권 회장이 이끌던 KTB네트워크는 2008년 7월 증권업 인가를 받았다. 그는 KTB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바꾸고 10여 년간 증권업을 영위하다 최근 사임하고 업계를 떠났다. (산업증권부 김지연 기자)

jy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