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변세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서울 강남 4구 아파트 가격의 조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저금리 기조, 단기유동성 증가 등 거시지표의 영향에다 특정 시기에 집중된 서울 강남 4구 재건축 물량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과열 현상을 보였지만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변세일 센터장(사진)은 1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강남4구의 집값이) 최근에 많이 오른 것은 재건축의 영향과 함께 단기유동성, 투자자금 등이 강남 쪽으로 들어온 것이다"며 "시장의 여러 가지 여건 변화로 인해 이제 곧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균형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시장의 균형적인 변화를 고려할 때 서울 집값의 상승폭은 1% 후반대로 전망됐다고 언급한 그는 강남4구 아파트의 관리처분 인가 물량에 주목했다.

변세일 센터장은 "2년새 강남4구에서 2만호가 넘게 멸실되면서 건설 기간 동안 거주할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전세를 찾기 시작했다"며 "전세가격이 먼저 올랐고 이는 매매가격을 함께 밀어 올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정비사업물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서울시에서 멸실된 재건축 주택은 1만2천628호로 이 중 강남4구는 26.8%에 해당하는 3천381호가 멸실됐다. 2015년에는 서울시 멸실주택 3만169호의 절반이 넘는 1만8천209호가 강남4구에서 멸실됐다.

지난 2014년, 2015년 멸실되었던 다량의 재건축 아파트들은 지난 2016년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가격 상승기에 재건축 아파트 분양과 입주가 최근까지 가격을 많이 밀어 올렸으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멸실이 줄고 입주가 많아져 강남4구를 둘러싼 수도권 일대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변세일 센터장은 "지금 무리하게 갭투자를 하게 되면 본인의 손실은 물론, 시장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책의 일관성이 담보된다면, 인구와 가구 변화, 경제성장률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주택가격이 크게 급등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아래는 변세일 센터장과 가진 일문일답.

--최근 강남 집값에 대한 평가는.

▲최근 시장의 관심은 집값 상승의 원인과 지속여부 등에 집중되고 있는 것 같다. 저희가 볼 때는 당초 서울 전체 집값 상승폭은 1% 후반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시장에 나타난 수치는 저희의 예상치보다 다소 크다고 볼 수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여러 모형을 통해 분석해봤다. 경기순환변동치를 고려해 시계열적 변화를 봤을 때, 또 국내총생산(GDP)와 소득상승률 등 펀더멘털 대비해서 이러한 변화가 정상적인 것인지를 살펴봤다. 아직은 비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상적인 변화로 간주할 수 있는 최고 임계점에 육박했다.

--최고 임계점에 육박한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당초 전망과 달리 다소 과도하게 나타난 가격 상승의 원인에 대해 다각적으로 분석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주식시장과 서울 아파트 가격 간 동조화 현상에 대해서도 검증했다. 분석결과,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오를 때 강남4구 아파트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동반 상승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단기유동성, 주식시장 투자자금 등이 투자수익성이 좋은 강남 아파트시장 쪽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둔화되면 곧 그 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

2012년 1월부터 서울 강남4구 주택의 거래량과 가격을 각각 X축과 Y축에 놓고 벌집순환모형으로 분석해봤다. 전체적으로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데 지난 10개월여간 변동성이 확대되며 1국면인 경기호조(가격상승, 거래증가)와 2국면(가격상승, 거래 감소)이 혼재됐다. 올해 1월에는 조정 국면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돌아오지 않았다.

--시장이 혼란을 겪은 이유는 어디에 있나.

▲초기에 서울 주택시장에 대한 수급 논란이 있었는데, 사실 그것은 여러가지 객관적 자료를 두고 분석해 볼 때 기우였다. 최근 3년간 서울 전체 신규주택 공급물량을 보면, 중장기 균형수요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이지 않은 자료에 기초해 시장 왜곡이 지속되는 것을 보고 작년 7월 10일 지역별 주택수급 진단과 정책과제라는 국토정책브리프를 발표했다.

정책당국이 보내는 시그널과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면서 균형점으로 돌아오는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여러 가지 여건 변화로 인해 이제 곧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균형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본다.

--강남4구 주택가격 상승이 수급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건가.

▲지난해 7월 10일 발간한 국토정책브리프에서 이미 공개한 부분이다. 연차별 주택수요, 주택공급물량 추정치(인허가 후 준공기간 고려), 재고주택수 등을 활용해 진단했다. 결과를 광역시도별로 수요초과, 수급균형, 공급초과, 공급과다 등으로 나타냈는데, 서울은 수급균형 예상지역으로 분류됐다. 수급균형 예상지역임에도 매매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에는 세부 모니터링을 거쳐 분양주택 청약요건 강화, 전매제한 강화, 중도금 보증건수 및 한도 제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수요관리정책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럼 강남4구 주택가격은 왜 오버슈팅됐나.

▲서울시의 정비사업물량 자료를 보자. 지난 2014년에는 27개 구역에서 1만2천6 28호가 멸실되고 1만4천455호가 신규 분양됐다. 2015년에는 39개 구역에서 3만169호가 멸실되고 3만9천978호가 신규 분양됐다. 이 중 강남4구는 2014년 5곳 3천381호가 멸실됐고 2015년 15곳 1만8천209호가 멸실됐다.

2년새 강남4구에서 2만호가 넘게 멸실되면서 건설기간 동안 거주할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전세를 찾기 시작했다. 전세가격이 먼저 올랐고 이는 매매가격을 함께 밀어 올렸다. 강남4구의 가격상승률이 높게 나타나자 투자처가 마땅치 않던 단기유동자금과 주식 등 다른 자산시장에서 유입된 자금이 가세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2014년 7월을 기준으로 주식시장이 강남4구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이 6개월에서 최근 1개월까지 줄었고 상관계수는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상호 연동되는 기간은 짧아지고 영향력은 더 커졌다.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를 겨냥한 투기수요가 유입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 강남4구 주택가격은 어디로 가나.

▲조정 국면이 멀지 않았다. 경기를 반영한 주택실질가격의 순환변동치를 보면 지금이 어느 국면인지 알 수 있다. 거의 고점에 육박했다. 지금 시장의 관심사는 여기서 추가 상승할 수 있을지 여부다. 전세가격,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주택시장 소비 심리의 변화, 입주물량 증가, 정부의 부동산대책 등이 조정국면을 이끌 것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도 가격이 추가 상승한다면 그때는 버블 국면에 진입한다고 볼 수 있다.

--주택매매에 관심을 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금 무리하게 갭투자를 하게 되면 본인의 손실은 물론, 시장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중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이 담보된다면, 인구와 가구 변화, 경제성장률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주택가격이 크게 급등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갭투자 등 투자가 아닌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의 입지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중장기적으로 거주할 집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

부동산시장연구센터는 다양한 모형과 시스템을 활용해 시장을 진단하고 전망하고 있다.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많을 때도 있지만 또 다른 시장 왜곡요인이 될까 조심스럽다. 그러나 객관적이지 않은 정보가 시장에 전달되는 상황이 있다면, 또 정부정책과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도록 하겠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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