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외환 당국이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 현황을 공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달러 매도 재료"라고 해석했다.

당국이 이전과 같이 원화 강세 흐름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달러-원 환율 하단 지지력을 제공해 온 당국의 달러 매수 기대가 약화할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18일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권고를 고려해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등을 포함한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와 관련해 IMF와도 지속 협의 중이다"고 밝혔다.

명시적으로 외환시장 개입 현황을 공개하겠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그간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당국의 개입 상황을 공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간 미국과 IMF 등은 우리나라가 수출 확대를 위해 원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절하하는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환율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지속이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과 연계됐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지속해 제기하고, 최근 무역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우리 정부 입장에선 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3일 여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방심할 수는 없어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향후 어떤 식으로 결론이 지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당국이 이전과 다른 스탠스를 보인 것만으로도 달러 매도 심리를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그간 미 재무부와 IMF가 추론해 시장 개입 상황을 발표해왔는데 당국이 시차를 두고 이를 직접 공개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환율 하단 지지에 대한 시장 기대 심리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환율 방어 수단이 다양화한 가운데 개입 내역을 공개한다 해서 경제에 줄 실질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환딜러들도 무역분쟁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만큼 당국의 개입 규모가 공개될 경우 향후 매수개입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그간 지지선으로 작용해온 1,060원대의 하방 경직성도 약화할 것으로 봤다.

A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검토한다는 발표는 달러 매도 재료"라며 "자금 유출이나 글로벌 위기로 인한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한 매도 개입은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으나, 일본 등 특정 국가보다 환율이 더 하락했다고 지속 개입하는 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B 시중은행 외환딜러도 "투명성 제고 및 환율조작국 문제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향후 개입의 강도 및 횟수가 종전보다 약해질 수 있다"며 "특히 달러-원 환율 하락 시 대규모 개입에 대해선 일정 부분 신경 쓰일 가능성이 커 즉각적으로 환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달러-원 상승보다는 하락 쪽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시장 개입 규모 공개가 대외 신인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원화의 강세 요인을 확대할 수 있다고 봤다.

C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도 "그간 무역 이슈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이 눈치 보고 있었는데 외환 당국의 개입 규모가 공개된다면 아무래도 개입 물량이 상대적으로 약화할 것"이라며 "그간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던 외환보유액이 늘어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신용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원화 강세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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