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지난주 개최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19개 가맹본부 대표 간의 간담회가 사실상 현안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형식적인 만남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마련한 가맹본부와 가맹점 상생방안에 대한 소개만 있었고, 공정위에 건의사항을 적극적으로 내거나 향후 업계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6일 가맹점과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한 19개 가맹본부를 불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BGF리테일(CU), GS리테일(GS25) 등 편의점 가맹본부 5곳, 빽다방, 이디야커피 등 커피전문점 6곳,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햄버거 체인 2곳, 파리바게뜨 등 제빵 가맹본부 2곳, 본죽, 교촌치킨 등 기타 업권 4곳 등 총 19개 가맹본부 대표들이 참석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이번을 포함해 총 5차례에 걸쳐 가맹사업자들과 공식적인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처음으로 토론과정 전체가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공정위가 간담회를 투명하게 공개해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가맹본부는 스스로 자신들이 상생에 힘쓰고 있다는 치적을 내세우는 데 집중했다.

더욱이 공정위가 추진하는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업계 요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지난달 말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개정안에 포함된 필수품목의 원가 공개 등이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개정안을 수정해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박기영 프랜차이즈협회장은 간담회 인사말에서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공정위가 업계의 의견 듣는다고 하는데 협회가 전달한 가맹본부 의견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개정안을 수정하고 있는 과정에 있어서 명확하게 어떤 부분이 반영되고 있는지 답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간담회 과정에서 가맹본부 대표들은 자신들의 상생안을 하나하나 소개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여전한 빽다방(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도 자신들이 가맹점주들과 상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 대표는 "저희는 점주분들의 수익보존을 위해 물건의 납품가를 지속 인하해왔다"며 "가맹점주들을 위한 투명경영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표들도 가맹점과 상생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할 뿐 김상조 공정위원장에게 건의사항을 내거나 향후 자정노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업계 입장에서는 이런 간담회를 마련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며 "전체 내용이 공개되는 상황에서 민감한 이야기는 자제한 것 같다"고 총평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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