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있는 BNK금융지주가 사장직을 신설한 지 6개월여 만에 폐지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은 지난 5일과 19일 그룹 임원회의에서 채용비리 사태 수습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은 이 자리에서 채용비리에 연루돼 구속 수사 중인 박재경 BNK금융 사장과 강동주 BNK저축은행 대표의 거취를 조만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이 채용비리와 연루된 인물들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하고 소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빠르게 수습해 나갈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도의적 책임을 묻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와 박 사장은 2015년 부산은행 신입 행원 채용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대표는 부산은행 신입 행원 채용 당시 전 국회의원 딸과 전 부산은행장 외손녀 등 2명의 면접 점수를 조작해 부정 합격시킨 혐의로 지난 2일 구속됐다.

박 사장도 강 대표와 함께 전 국회의원 딸 채용 당시 최종면접관으로 참여해 면접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조만간 이들을 기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BNK금융도 이에 발맞춰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BNK금융은 강 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면 곧바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신임 BNK저축은행 대표 선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장직의 경우 박 사장 후임을 뽑지 않고 직제개편을 통해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

BNK금융 사장직은 작년 9월 김 회장이 선임되면서 신설됐는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졌던 낙하산 인사 논란, 외부출신에 대한 거부감 등을 절충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특히 박 사장은 당시 김 회장과 차기 회장직을 두고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인물로, 그룹 안팎에선 언제든지 권력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지주 회장과 사장의 관계는 국내 금융사에서 반복돼 온 흑역사다.

금융지주 사장은 지주 내 2인자라지만 회장과는 역할이 중복되고 계열사 중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쥔 은행장과도 서열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항상 다툼의 중심이 됐다.

20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간에 권력 다툼이 일어난 신한 사태와 2013년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둘러싼 내홍으로 임영록 전 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동반 사퇴한 KB사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사태를 기점으로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사장직을 폐지하기 시작했다. KB금융의 경우 윤종규 회장이 사장직을 부활시켰으나 지난해 말 행장을 분리하면서 2년 만에 다시 없애기도 했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사장직이 있는 곳은 BNK금융이 유일하다.

BNK금융이 사장 역할이 꼭 필요할 만큼 규모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내분의 발단이 될 수 있는 사장직을 굳이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김 회장만의 의지로 사장직을 신설한 게 아니었던 상황에서 언제든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라며 "박 사장의 채용비리 의혹은 김 회장이 사장직을 폐지할 수 있는 분명한 명분을 줬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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