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외환·국제금융시장 이슈로 한미간 금리 역전폭 확대 가능성을 거론했다.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1.50~1.75%로 올린다면 우리나라 기준금리 1.50%와 25bp 차이가 벌어진다.

미국이 추가 인상을 거듭하고, 한국은행이 신중한 금리 결정 스탠스를 유지한다면 금리 역전폭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가능성

21일 올해 4차(2월27일 개최)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향후 미국 장기금리는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라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나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회복세 강화에 따라 기준금리 상승 기대가 더 높아지지 않는 한 장기금리의 추가적 상승이 제한될 수도 있다"며 한미간 장기금리 역전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지 질의했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장기금리가 동조화되면서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기간 프리미엄과 단기금리 상승 기대로 구분해 살펴보면 미국은 단기금리 상승기대에, 한국은 기간프리미엄 상승에 기인했다는 분석이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한은 관련부서는 "추정의 불확실성 등으로 기간프리미엄을 통해 장기금리 상승을 설명하는 것은 제약이 있다"며 "시장에서는 경기, 물가여건, 통화정책 차이 등으로 국내 장기금리 상승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해 이에 따라 한미간 금리역전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면 수익률 곡선이 전체 만기에서 역전될 수 있다는 금통위원의 지적도 있었다.

한은은 "2005~2006년중 1~2년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만기 수익률 곡선이 역전된 사례가 있다"고 답했다.

◇환율 하락이 물가 제약…물가목표제에 환율변동 수반될 수도

다른 금통위원은 "대내외 균형을 고려하는 거시경제 균형 관점에서 봤을 때 물가목표제를 실시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목표 달성을 위한 통화정책 수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환율변동이 수반될 수 있다"며 "물가 상승으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가 직면해 있는 구조적 문제에 미칠 영향을 중기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의 국내 파급경로상에서 환율 하락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이에 관련부서는 "환율 하락이 글로벌 물가 상승압력의 국내 파급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주가 상승과 달러약세 이례적…달러강세 가능성"

미국 장기금리 상승에도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주가도 안정된 흐름을 보이는 이례적인 조합이 깨질 가능성도 한 금통위원이 지적했다.

한은 관련부서는 "과거 미국 경기 확장기에는 금리와 주가, 달러화 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난해 이후 증시 호조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에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와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에 달러화 약세가 지속됐다"며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재정적자 확대 등으로 당분간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상보다 빨라지면 달러 강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美금리 추가 인상시 신흥국 리스크 부각될 수도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제 동향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한 금통위원은 "주요 선진국 장기금리 상승에도 신흥국 장기금리 및 국채 스프레드 상승은 제한적"이라며 "향후 미국 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경우 신흥국 자본흐름 위축, 자산가격 재평가 등이 리스크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들 은행부문보다 국채시장을 통해 레버리지가 증가한 측면이 있어 신흥국 리스크 부각에 따른 위기 발생시 그 확산패턴이 위기시의 경로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련부서는 "미국 국채금리 추가 상승, 예상외의 달러 강세, 이에 동반한 위험회피 성향 확산 등이 현실화되면 취약 신흥국은 증권자금 유출, 자산가격 재조정 등으로 불안해질 우려도 있으나 신흥국의 대외건전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점, 신흥국 경제의 양호한 성장세 등에 비춰보면 현재로선 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답했다.

한편 다른 금통위원은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될 때 달러-원 환율의 경우 다른 신흥국과 달리 변동성지수(VIX)와의 동조성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며 "한 국가의 환율제도가 자유변동환율제도에 가까울수록 그 통화가 VIX지수 민감도가 높다고 알려진 사실을 감안하면 달러-원 환율이 시장 수급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