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10여 년 만에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자 1천450조를 넘어선 가계부채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관리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치솟는 시장 금리를 따라 늘어나는 이자 비용은 고스란히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1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연금기금 금리를 1.25~1.50%에서 1.50~1.75%로 25bp 인상했다.

금융시장에서 이번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금리 인상 지침 역할을 하는 점도표 변화에 집중됐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점도표는 올해 3차례,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2차례 정도의 금리 인상을 내다봤다.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를 3차례 인상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했고, 내년 금리 인상은 3차례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경제 흐름을 지켜보며 결정하겠다는 뜻을 유지했다.

금리 인상 폭을 25bp로 가정하면 2020년 무렵에는 미국의 금리가 3.25%를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통상 금리역전이 진행되면 시장 금리는 완만히 상승한다. 다만 정책금리 움직임을 선반영하는 속성 탓에 시장 금리의 상승세가 일찌감치 가속할 수밖에 없다.

시장 금리 상승은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나 코픽스 금리도 덩달아 오르게 한다. 대출 금리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권은 시장 금리 상승으로 대출 금리가 25bp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조3천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한은 역시 대출 금리가 50bp 오르면 고위험가구의 금융부채가 4조7천억 원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가계부채의 70% 정도가 변동금리 대출인 현실은 금리 인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 초반이다. 연내 두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가정하면 연말께는 대출 금리가 6%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계신용 잔액이 100조 원 넘게 늘어난 것만 보더라도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관리에서 뇌관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천450조9천억 원. 전년보다 108조4천억 원(8.1%) 늘어나며 한은이 2002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론 증가 규모는 2015년(117조8천억 원)과 2016년(139조4천억 원)보다 적었다. 증가율도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8% 수준)에 부합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아무리 둔화하는 추세라도 금리가 상승한 데 따른 반작용은 가계신용을 늘릴 수밖에 없는 주효한 원인이다.

그런데도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강조했다. 정부가 제시한 8% 수준의 목표치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화한 금리 인상 기조를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리 인상의 악영향은 150만 가구로 추산되는 한계가구 등 취약계층에 집중돼있다"며 "이들의 가계신용이 급증하지 않도록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 금리의 완급 조절을 정부가 할 순 없지만,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시나리오에 따른 선제 대응은 가능하다"며 "이미 금융권의 관리 노력에 강화된 데 힘입어 가계부채는 상당 부분 안정됐다"고 강조했다.

금융 당국은 업권별 협회와 함께 앞으로 가계부채관리 점검회의를 주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조만간 시장 동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가계부채전문가협의체도 신설한다.

또 다른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리가 인상됐지만, 이는 경기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연내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을 고려해도 8% 수준의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