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보호무역주의로 세계가 균열하고 있다. 무역 상대국들은 처음에 일제히 미국의 행보를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공공의 적'에 대항해 연대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열어둔 뒷문인 면제국 지위를 얻으려는 각자도생만이 나타난다. 이렇게 세계를 균열하는 트럼프식 무역전쟁은 미국 내부의 분열이 낳은 결과물이다.





<그래프 설명 : 레드와 블루 지역의 경제활동참가율 추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지역(레드)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지역(블루)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미국의 분열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인구 대비 현재 일하고 있거나, 구직하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블루가 64%로 레드보다 4%포인트 더 높다. 블루 지역의 고용 시장이 더 좋고, 경기도 더 활기 차다는 의미다. 레드와 블루는 위치와 산업별 차이도 뚜렷하다. 블루는 주로 해안에서 무역과 금융이 주력인 대도시인 반면 레드는 내륙에서 성장이 둔화한 제조업과 소매업이 주력인 곳들이다.









3월 10일 인도에서 들려온 힐러리 전 후보의 발언은 미국 주류 정치인이 지역 차, 빈부 격차, 정치 성향 차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힐러리는 "나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대표하는 지역에서 승리했다. 긍정적이고 다양하며 역동적이고 진보하는 지역에서 승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도 강도 높은 비난에 나섰다. 미국을 분열시키는 내용인 데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지지자들을 결집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 같은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매체도 힐러리의 발언을 '개탄스럽다'고 평가했다.

지난 미 대선을 되짚어 보면 보호무역주의는 트럼프만의 주장도 아니었다. 민주당에서 주류가 한 번도 되지 못한 버니 샌더스가 당내 경선에서 힐러리에 맞설 정도로 돌풍을 일으킨 이유는 양극화, 불평등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는 해결 방식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지만 트럼프가 가진 문제의식과도 아주 비슷하다. 민주당은 레드 지역을 위한 대안을 내놓지 않았고, 그래서 미국 GDP의 70%를 창출하는 지역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졌다.







<그림 설명 : 코너 램 후보(오른쪽)는 민주와 공화 모두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며, 공화와 민주 모두와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3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코너 램 민주당 후보가 하원 의원으로 당선된 배경을 보면 흥미롭다. 결과만 보면 중간선거를 앞두고 패배한 공화당에 경고등이 켜졌지만, 속 내용을 보면 승리한 민주당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구석이 많다. 램 후보는 유세 기간 많은 부분에서 트럼프와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철강,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찬성했고, 미국 학교 총기 사건의 주범인 공격용 무기의 판매 금지를 반대했다. 트럼프를 비난하지 않았지만, 민주당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를 지지하지도 않는다고 천명했다. 승리 연설에서는 민주, 공화, 무소속 모두가 미국인이라는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세계에 보호무역주의라는 두통을 안겨준 미국의 분열이 어떤 식으로 통합될지 지켜볼 필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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