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이 33년간 근무한 회사를 떠나는 날, 수많은 임직원이 이례적으로 퇴임식을 열어주며 그의 마지막 자리를 함께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시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김 사장의 퇴임식이 열렸다.

이날 퇴임식이 열린 본사 4층 강당에는 200여 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공간이 부족해 위층으로 올라가는 직원들도 있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강신 농협금융 부사장도 NH투자증권을 찾아 그간 김 사장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비틀스의 노래 예스터데이(yesterday)를 배경으로 약 10여 분간 이어진 '김원규 사장의 예스터데이' 영상이었다.

1985년 럭키증권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번의 M&A를 거치며 사장 자리에 올라 지금의 NH투자증권을 만들어낸 김 사장의 지난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최고경영자(CEO)임에도 옆집 아저씨처럼 스스럼없이 직원들을 대하던 모습이나 지난 2015년 비전선포식, 지난해 모바일증권 '나무' 출시 등 CEO로서의 업적을 담은 영상에는 그의 피와 땀, 눈물이 녹아있었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김 사장의 가족들이 영상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영상을 보고 난 후 김 사장은 감정이 북받쳐오는 듯했다.

김 사장은 "33년간의 직장생활 중 지난 2011년 WM사업 대표 시절, 전사적으로 판매하던 LIG건설 기업어음(CP)이 부도났을 때 가장 힘들었다"며 "수년간 쌓아온 고객들과의 신뢰가 손상되고 금융당국의 칼날이 직원들에게 향할 때 절망감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하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사고를 수습하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며 "고객의 중요성과 같이 하는 직원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남아있는 후배들을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사장은 "고객 없이는 증권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 고객을 위한 선택을 해야한다"며 고객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또 "자본의 크기와 생각의 크기가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할 것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마지막으로 용혜원 시인의 시 '헤어짐이 아름다울 때'를 언급하며 "매일 날씨가 좋으면 푸른 초원도 사막이 된다. 비바람이 귀찮지만, 바람이 불때 새로운 새싹이 돋는다. 나의 소임이 무엇인지 알고 참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온다"고 말했다.

jy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