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달러화는 무역전쟁 우려 속에 엔화에는 내리고, 유로화에는 오르는 혼조세를 보였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22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5.39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5.92엔보다 0.53엔(0.50%) 하락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2313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2345달러보다 0.0032달러(0.25%)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9.77엔을 기록해, 전장 가격인 130.77엔보다 1.00엔(0.77%) 낮아졌다.

달러화는 무역전쟁 우려로 안전자산인 엔화에 하락 출발했다. 한때 105.24엔으로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일 달러화는 예상보다 비둘기 성향을 보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로 내렸다.

FOMC 개최전 시장은 올해 세 차례인 기준금리 인상 예고 횟수가 네 차례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높이면서도 올해 금리 인상 전망 횟수를 그대로 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 반에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이는 중국을 겨냥해 관세 부과와 투자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관세 부과액은 애초 300억 달러보다 늘어난 500억 달러에 달했다.

한편 이날 유럽연합(EU), 호주, 아르헨티나, 브라질, 한국은 미국이 추진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와 관련해 한시적으로 제외됐다.

미 대기업 경영자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의 개혁을 이끌 장기적인 포석 없이 일방적인 관세 부과나 규제는 단지 미국 물가만 높일 것"이라며 "이는 미국 기업과 상품을 덜 경쟁력 있게 만들고, 미국 노동자와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뉴욕증시도 무역전쟁 우려로 약세를 보여,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했다.

전일 늦게 미국 여아 지도부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이틀 앞두고 10월까지 정부의 자금 조달을 허용하는 지출 안에 합의했다. 합의안은 이날 하원에서 통과됐고, 상원 통과를 앞두고 있다.

유로화는 독일 기업들의 경기 신뢰도가 부진해 달러에 내렸다.

유로화는 이날 유럽장에서 1.2367달러를 한때 뚫고 1.2387달러까지 올랐다.

독일 뮌헨에 있는 Ifo 경제연구소는 약 7천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환경지수(BCI)가 3월에 114.7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수는 전달에 비해 0.7포인트 하락하면서 11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의 코메르츠방크는 1.2367선이 뚫렸기 때문에 유로가 1.2413달러까지 오르고, 그 이후에는 1.2447달러로 더 오를 수 있다며 유로화가 1.2447달러도 뚫는다면 1.2538달러와 1.2556달러가 다음에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운드화는 영국 중앙은행(BOE)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임금 인상 압력을 강조한 것이 5월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높여 한때 1.42088달러까지 올랐다. 7주 최고치다. 이후 1.41077달러로 전장보다 0.28% 내려서 거래됐다.

BOE는 이날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통화정책 결정 위원 9명 중 인상 의견을 낸 이안 매카퍼티와 마이클 사운더스를 제외한 7명의 찬성으로 기준금리를 0.5%에서 동결했다. 채권 매입 프로그램은 만장일치로 종전대로 유지됐다.

머니허브의 사만다 시튼 최고경영자는 "금리가 마침내 인상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며 BOE가 물가를 목표치로 내리려고 최소한 한 차례 금리 인상을 확인해줬다고 설명했다.

시튼은 5월에 금리 인상이 될 것 같지만, 물가가 계속 떨어진다면 5월 금리 인상이 미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대체로 경기 호조를 보였다.

3월 미국 제조업 업황이 더 호전됐지만 서비스업황은 확장세가 둔화했다.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3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계절 조정치)는 전월의 55.3에서 55.7로 올랐다. 36개월 최고치다.

3월 미 서비스업 PMI 예비치(계절조정치)는 전월 55.9에서 54.1로 하락했다. 2개월 최저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IHS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경제학자는 "PMI 지수는 올해 1분기 미 국내총생산(GDP)이 2.5% 성장할 것이라는 기준에 부합한다"며 "고용지수가 거의 3년 최고치를 보이는 것은 향후 성장에 대해서 낙관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슨은 "특히 제조업에서 물가 압력이 관건이 된다"며 "상품과 서비스에 부과되는 물가 압력이 2014년 이후로 가장 강하고, 공장 물가는 7년 내 가장 높이 뛰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0.6% 올랐다고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0.6% 상승이었다.

선행지수는 지난 1월과 지난해 12월에 각각 0.8%와 0.7% 올랐다.

콘퍼런스보드의 아타만 오질디림 디렉터는 "증시의 가파른 하락과 주택 착공의 약세에도 2월 선행지수가 다시 올랐다"며 "지난 6개월 상승률이 2011년 1분기 이후 이만큼 높았던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해 고용시장 호조가 지속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3천 명 증가한 22만9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WSJ 조사치는 22만5천 명이었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트럼프의 대중국 무역 보복조치가 발표된 이후 뉴욕증시 낙폭이 줄였다가 다시 확대하는 것을 따라 움직였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낙폭을 700포인트(2.9%) 수준까지 벌려서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올해 오름폭을 전부 반납하고, 작년말 대비 1.1% 내려서 마감했다.

전략가들은 전일 FOMC 회의 결과를 곱씹으면서 세제개편과 재정지출이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을 0.4%포인트 높일 수 있음에도 올해 금리 인상 전망 횟수를 안 높인 것은 비둘기 성향이 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키트 주크스 수석 전략가는 전일 FOMC는 연준이 물가가 천천히 오르고 있다는 것에 충분히 안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재정과 통화정책 조합, 쌍둥이 적자 위험, 미국 무역정책에 대한 예민함이 문제 되지 않는다면 이는 세계 시장에 극도로 위험 선호적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크스는 "FOMC 결과는 달러에 중립적이지만, 연준보다는 미 관세 부과가 더 중요하다"며 "이는 전일 전체적으로 연준 금리 인상에 대한 반응으로 달러가 하락한 것을 설명해준다"고 강조했다.

BK 자산운용의 케이시 리엔 매니징 디렉터는 "통화와 주가는 오늘 미국발 무역전쟁 우려로 손실을 확대했다"며 "무역전쟁 공포가 확인되면서 중앙은행 정책을 뒤덮고 있고, 모든 주요 통화 환율을 내리게 했다"고 진단했다.

libert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