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다음 주부터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신용대출은 연 소득의 150%, 주택담보대출은 두 배를 넘으면 사실상 대출 승인이 거절된다.

미국이 정책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중금리 오름세도 지속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26일부터 모든 신규 대출자에게 DSR 지표를 적용하기로 하고 창구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국민은행은 신용대출은 DSR 150% 초과 시, 담보대출은 DSR 200% 초과 시 원칙적으로 대출 승인을 거절하기로 했다.

DSR이 100%가 넘을 경우 일부 대출이 가능하지만 고(高) DSR로 분류돼 분기별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 또 지점에서 승인이 이뤄져도 심사 과정에서 거부당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KEB하나은행도 신용대출은 150%, 담보대출은 200%가 넘으면 대출을 해주지 않을 방침이다. 또 DSR 100% 초과하는 대출자에 대해서는 별도 심사기준을 운용해 대출금액을 제안할 예정이다.

다만 신용등급이 좋거나 1년에 20% 이상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등 별도의 상환 능력을 보이면 여신 전결권자의 판단에 따라 DSR 200% 이상을 넘는 금액도 대출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도 둔다.

신한은행과 이번 주 중으로 기준이 확정될 예정인데, DSR 100% 이상인 경우를 고위험군으로 분리해 관리하고 담보대출의 경우 DSR 200%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대출 한도를 따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신용등급이 4등급 이하인 경우 150%까지는 본부 심사를 거쳐 대출이 결정되고 150%를 초과하는 대출은 자동 거절하도록 했다. 담보대출도 신용등급 7등급 이하는 지점장 전결이 아닌 본부 심사를 거쳐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DSR 도입으로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외에 마이너스통장, 자동차 대출, 카드론 등의 채무가 많으면 대출이 거절될 가능성이 커졌다.

예를 들어 연봉 5천만 원인 직장인 A 씨에게 DSR 100%를 적용하면 대출한도는 5천만 원이다. A씨가 20년 상환으로 3억 원을 주택담보대출로 빌릴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과 이자를 합치면 약 2천180만 원이 된다. 여기에 A씨가 신용대출로 3천만 원 이상을 쓰고 있다면 A 씨는 대출한도가 초과돼 대출을 받을수 없다.

또 다른 예로 연봉 3천만 원인 직장인 A 씨는 현재 주택담보대출(15년 만기·원금균등식 분할상환·대출금리 3.3%) 4억 원, 신용대출(일시상환식·금리 5%) 3천만 원, 자동차 할부대출(3년 원리금균등 분할 =상환·금리 4.5%) 2천만 원 등 총 4억5천만 원의 부채가 있다.

A씨가 임대소득을 목적으로 마포구 소재 비주거용 오피스텔을 3억 원에 구입하면서 부족한 금액을 K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 한다. 은행원은 A 씨에게 담보비율 50%, 대출 예상금리는 3.5%로 안내했다.

DSR이 시행되지 않았다면 A 씨는 매매가의 50%인 1억5천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A씨가 26일 이후 대출을 받는다면 최종 DSR비율이 237.84%가 나와 대출 한도가 6천만 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다 10년 만에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이 현실화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현재 연 3.5% 금리로 3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을 경우 지금은 연간 1천33만 원의 이자를 부담하지만, 올 연말께 대출금리가 연 4.5%로 상승하면 연간 이자 부담은 1천331만 원으로 늘어난다. 내년 상반기 금리가 5.0%까지 오르면 이자 부담액은 총 1천480만 원으로 지금보다 447만 원이나 불어난다.

은행권 관계자는 "앞으로 2~3년 동안은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데다 DSR 시행으로 대출 문턱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여 돈을 빌리기도, 갚기도 모두 어려워졌다"며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당하는 경우나 빚을 갚지 못해 한계 상황을 맞이하는 대출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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