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일촉즉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무역 관계에서 중국의 미국 의존도는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미국의 중국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00억 달러 어치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은 이후 3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돈육, 철강, 농산물 등 128개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보복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WSJ은 중국이 여전히 세계의 공장이지만, 노동집약적 수출 산업에 대한 의존도는 전보다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중국 노동자들은 전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반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2016년 44%로 10년 전의 31%보다 크게 높아졌다. 중국의 산업이 전보다 더 다변화되면서 미국의 대응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신 중국은 미국 농산품의 대표적 고객으로 부상해 오히려 미국의 중국 의존도는 과거보다 높아졌다.

WSJ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산 농산품 수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거의 세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중국 덕에 미국은 2017년 캐나다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농산품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따라서 만약 중국이 미국산 농산품에 보복에 나선다면 이러한 상품을 생산하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미국 주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정치적 악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WSJ은 경고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쿠이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6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0.1%포인트가량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중국 성장세에는 별다른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신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의 상당수가 전자나 전자장비이며, 이의 상당 부문은 애플 등이 중국에서 생산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이는 미국에서 소비되는 전자제품의 가격 인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섬유나 가구, 침구류, 의류, 신발 등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지만, 2008년 중국 섬유 산업에 종사한 인력이 전체의 1%에 근접한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0.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WSJ은 따라서 트럼프가 중국의 무역 관행에 제재를 가하길 원한다면 움직이는 과녁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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