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채권시장이 투자자에게 더욱 외면받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채권의 롤다운(rolldown) 효과 소멸은 시장을 투자자에게 비우호적 장소로 만든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채권 롤다운 효과란 채권의 만기가 가까워지면서 시가평가가 상승하는 데 따라 채권의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우상향하는 채권 커브에서 투자자가 10년 만기 채권을 매수하고 3년이 지나 잔존만기 7년이 될 경우, 커브 상에서 더욱 낮은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최초 10년 만기였지만 7년 만기가 되면서 3년동안 채권을 보유하는 기간에 금리가 하락하는 효과를 보게 되는 셈이다.

이런 롤다운 효과는 채권 투자자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창출해낼 수 있는 '효자' 역할을 한다. 채권의 보유이익으로서, 다른 자산 대비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키우는 주요 요인인 셈이다.

WSJ은 "투자자가 손쉽게 의존하는 이런 물리학이 최근의 커브 플래트닝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커브 스티프닝 환경에서는 커브의 롤다운 효과가 크게 발생하며 장기채권에서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한다. 위의 예의 경우 잔존만기 10년과 7년의 금리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커브 플래트닝에서는 잠재적인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실제 미국 10년물과 7년물의 금리 격차는 7bp에 불과하다. 1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축소된 수준으로, 최근 커브 플래트닝은 가파르게 진행됐다.

국채뿐만 아니라 미국 회사채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커브 플래트닝을 가속하는 것은 단기금리의 상승세다.

미국 단기국채의 발행규모가 늘어나는 데 반해 단기채권을 사들일 수 있는 매수 여력은 떨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기업의 해외현금이 본국으로 송환되며 해외에서 미국 단기채를 사들이던 매수 세력이 크게 약화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와 관련, "해외 현금이 본국(미국)으로 송환된다면 이들 자금이 채권시장에 묶여 있을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조적으로 유로존 국채와 회사채의 커브 스티프닝은 투자 매력도를 키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당분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채권 수익률에 일종의 닻(anchor) 역할을 하는 셈이다.

WSJ은 "미국 채권은 높은 금리 수준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높은 환 헤지 비용과 함께 (다른 선진국 채권에) 밀려나고 있다"며 "이런 모든 것은 미국 금융여건을 더욱 긴축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롤다운의 소멸은 투자 방정식의 하나일 뿐일 수 있지만, 금리인상을 계속하고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함께 미국 채권을 더욱 비우호적인 시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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