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금융감독원의 제약·바이오 상장사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감리로 코스닥 제약·바이오주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회계법인의 기준 강화로 제약·바이오 상장사가 자산으로 인식했던 연구개발비를 잇달아 비용 처리하면서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한 영향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차바이오텍은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방식을 바꾸면서 영업이익이 손실로 돌아섰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연구개발비 175억원 중 116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59억원을 비용 처리했다. 차바이오텍의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차바이오텍이 무형자산으로 잡은 연구개발비 116억원 중 14억원이 무형자산 인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한정' 의견을 냈다.

지난해 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차바이오텍은 외부감사인의 지적에 따라 무형자산으로 잡았던 연구개발비 14억원을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차바이오텍은 이 손실로 4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회계처리는 차바이오텍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1월 셀트리온에 "자산으로 처리한 연구개발비 비중이 글로벌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영업이익을 실제보다 부풀린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연구개발비를 빼면 2016년 셀트리온 영업이익률은 57%가 아닌 30%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제넥신과 파미셀, 일양약품 등은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문제로 재무제표를 수정했다.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회계처리 문제가 이처럼 자주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다른 업종보다 연구개발 활동이 많은 특성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상장사가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면 그만큼 영업이익이 감소한다. 반면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면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자산이 늘어나 재무구조가 좋아진다. 따라서 일부 제약·바이오 상장사는 연구개발비 비용처리보다는 무형자산 인식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려면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K-IFRS는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려면 ▲무형자산을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 ▲무형자산을 완성해 사용하거나 판매하려는 기업 의도 ▲무형자산을 사용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기업 능력 ▲무형자산이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하는 방법 ▲개발을 완료하고 판매·사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재정적 자원 등의 입수 가능성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관련 지출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는 기업 능력 등 6가지 기준을 모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제약·바이오 상장사가 회계처리를 적절하지 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보고 올해 초부터 이들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를 감리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감리에서 지적을 받을 경우 기업은 물론 회계법인도 처벌을 받게 된다"며 "외부감사인이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를 보수적으로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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