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혁명이라는 단어를 써야 할 정도로 4차산업 돌풍이 거세지면서다. 정규 교과과정에 편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벌써 사교육 열풍까지 불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픈소스를 추구하는 4차산업 혁명의 본질을 외면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코딩보다는 수학이나 철학 등 논리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존하는 기술 가운데 최고수준인 각종 첨단 과학장비의 제어기술이 오픈소스로 제공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첨단 과학장비의 제어기술 등이 오픈되면서 이 기술의 활용 방법도 무한하게 열려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기술을 산업현장이나 IoT(사물인터넷) 등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느냐 여부다. 코딩교육만으로는 절대 접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오픈소스를 제공하고 이를 활용하는 기술 등에 코딩교육보다는 수학적 자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픈소스를 개발해서 제공하는 사람들은 전산과 출신들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공학자자도 아니고 전산 프로그래밍 관련 자격증 소지자도 아니다. 모두 자기들의 전문 분야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수학적 혹은 논리적으로 오류가 없도록 구현한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문제가 왜(why) 나타났는지 알고 무엇(what)과 어떻게(how)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이들이 코딩 혹은 오픈소스를 가져다 쓰는 게 4차 산업혁명의 본질 가운데 하나다.

각종 협회 등을 통해 벌써 소프트웨어 자격증 등 각종 번잡한 자격증 제도로 옭아매는 국내 구조로는 따라잡기 힘든 패턴이다. 우리는 PM(프로젝트 매니저)자격증 제도 등까지 도입해 실력 있는 기업들이 컨소시엄의 리딩 기업이 될 기회도 박탈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없으면 입찰에 응할 자격도 제한한다.

우리가 이런 규제로 기업들을 옥죄는 사이에 눈 밝은 해외 기업들은 벌써 전문가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프로그램 하나에 몇천만원씩 호가했던 통계 프로그램 SAS이 오픈소스 형태의 무료 통계 프로그램 R로 대체된지 오래됐다. 이미 빅데이터 분석 등에 널리 활용되는 오픈 소스다. 이제 특허도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를 괴롭혀왔던 애플도 디자인과 방법론 관련 특허를 제외하고 프로그래밍 언어 등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코딩 조기교육은 다시 생각돼야 할 정책이다. 왜(why) 4차산업 혁명의 가시적 성과가 지지부진한 지에 대한 성찰은 없고 무엇(what)을 어떻게(how)해야할 지에 대한 논의만 가득한 정책인 탓이다. 섣부른 코딩 조기교육은 가뜩이나 사교육에 치인 학생들에게 생각할 틈만 뺏는 또 다른 굴레일 뿐이다.

우리나라 관료들과 지도자들도 이제 왜(why)는 없고 무엇(what)과 어떻게(how)만 남은 문제해결 방식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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