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보안원과 한국정보보호학회가 제시한 '2018년 금융 ITㆍ보안 10대 이슈 전망 및 대응전략'은 첫 번째 항목으로 인공지능(A.I.)과 금융서비스에 관한 내용을 다루면서 챗봇과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금융서비스 현황과 전망을 언급했다.

챗봇(Chatter + Robot)은 인간의 대화를 흉내 상담업무 등을 처리하는 대화형 메신저로 아이폰의 시리(Siri) 기능과 유사하다. 예컨대, '달러-원 환율'이라고 메신저창에 입력하면 챗봇이 현재 환율정보를 알려주고, 코스피지수와 삼성전자 주가를 물어보면 실시간으로 시세를 알려준다.

로보어드바이저(Robot + Advisor)는 챗봇에 비해 좀 더 발전된 인공지능으로, 자동화된 지능형 투자자문 서비스제공 시스템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의 위험 성향과 투자 목적을 분석하는 투자자 프로파일링은 물론, 투자권유, 자산관리, 트레이딩까지 담당하는 전문인력 기능을 수행한다.

챗봇과 로보어드바이저는 고객이 인터넷이나 모바일기기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고객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고, 서비스제공을 위한 인적ㆍ물적 설비를 최소화할 수 있어 수수료를 낮게 책정할 수 있다. 투자 하한선도 낮아 개인 고객이 이용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전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비대면으로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2015. 10. 1.자 법령해석회신에서, 1:1 맞춤형 계약이라는 투자 일임계약의 속성을 고려할 때 상담 등을 통한 투자자 성향파악은 투자일임업의 근간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이므로, 비대면 일임계약체결의 전면적 허용은 투자일임업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어 자본시장 법령상 허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후 로보어드바이저와 같은 비대면 방식이라도 투자자 성향파악 등 1:1 맞춤형 계약으로서의 투자일임업의 근간에 부합할 수 있는 대안 마련과 이를 위한 규제 완화를 지속해서 추진해왔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2018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에서 2018년 하반기에 테스트 베드 통과업체를 대상으로 영상통화를 통한 설명의무이행 등 투자자보호장치를 전제로 로보어드바이저의 비대면 일임계약을 허용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 베드(Test Bed)는 금융위원회가 2016년 8월 테스트베드운영계획을 발표한 이후 2017년 상반기부터 이를 운영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도입에 따른 기술적, 제도적 사항들을 점검해왔다. 이에 관한 실무적 운영은 한국거래소의 IT 자회사인 코스콤이 담당하고 있다.

코스콤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 베드 센터에 따르면, 테스트 베드는 총 3단계 프로세스로 구성되어있으며 단계별 심사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1단계(사전심사; 0.5개월 소요): 알고리즘이 가상의 투자자정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산출하는 역량을 심사

② 2단계(본심사; 최장 6개월 소요): 포트폴리오에 대해 실제 자금을 운용토록 해 알고리즘의 안전성, 다 계좌 운용역량, 운용규모 등을 검증, 해킹방지와 재해복구 등 안정성 및 보안성 심사

③ 3단계(최종심의; 0.5개월 소요): IT, 금융, 법률 분야의 전문가 10인 이내로 구성된 민간심의위원회의 심의, 의결

테스트 베드의 참가자는 주로 로보어드바이저기술을 보유한 투자자문ㆍ일임 업자 및 순수 로보어드바이저기술업체와 업체 간 컨소시엄이고, 신청대상은 펀드, 파생결합증권, 주식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산출·운용하는 알고리즘이다.

테스트 베드를 통과하면 대고객서비스가 허용되므로 전문인력 없이 로보어드바이저가 자문을 수행하거나 고객자산을 운용할 수 있고, 테스트베드통과 사실 및 성과를 투자광고, 투자설명서에 기재할 수 있으며, 투자일임 보고서를 온라인매체를 통해 교부할 수 있다. 반면 테스트 베드에 불참한 로보어드바이저는 대고객접점에서 사람이 의무적으로 개입해야 하고, 테스트 베드에 불참한 사실을 투자광고, 투자설명서에 명시해야 한다.

이와 같은 테스트 베드 통과업체에 대해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비대면 일임계약을 허용하는 경우 한편으로 투자자보호 관점에서는 여러 가지 우려를 낳을 수 있는바, 금융위원회는 2018년 하반기 투자일임 모범규준을 제정해 투자자 이익 최우선의무, 중요사항 통지의무, 기록보관의무 등을 명시함으로써 투자자보호를 강화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인공지능과 금융서비스분야에서 챗봇과 로봇어드바이저가 주된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 외에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이 4차산업 혁명시대의 금융 서비스의 진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된 법률적, 규제적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향후 풀어야 할 과제일 것으로 본다.

로보어드바이저나 이와 유사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발전은 무인가업자에 의한 대고객 자동 트레이딩 및 투자자문서비스제공의 위험성을 높일 것이다. 인공지능시스템을 활용하기 때문에 행위자의 특정 및 추적이 어렵고 금융당국의 감독이 효과적이지 않은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해외인터넷사이트에서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해당 사이트를 차단하는 조치 외에 마땅한 규제방안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인공지능시스템에 의한 시세조종, 허위정보유포, 내부정보수집 및 이용거래와 같은 불공정거래 내지 시장질서교란행위의 위험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이 역시 행위자의 특정 및 추적이 어렵고, 해외에 소재하는 서버에서 그러한 행위가 이뤄질 경우 금융당국의 규제상의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인공지능시스템의 오류 또는 해킹사고는 대규모 금전손실 등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 베드나 이와 유사한 심사시스템에 의해 안정성 및 보안성 심사를 꾸준히 보완해 나감으로써 그러한 오류나 해킹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겠으나, 심사시스템의 기술력과 신뢰도가 인공지능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함에 따른 현실적 한계도 발생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인간의 투자판단을 거의 대체하면 금융서비스의 본질적인 업무인 투자의 실행, 회수 의사 결정이 사실상 알고리즘 설정단계에서 완료될 것이다. 이러한 알고리즘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기존의 금융투자업자의 역할이 중요하겠으나 점점 그 역할은 IT 집약적으로 변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금융투자 시장의 구조나 토대가 혁신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에 따라 금융투자업과 IT 분야에 대한 전통적인 규제체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다소 가정적인 미래의 상황이기는 하지만, 인공지능이 거의 완전한 시장(Perfect market)을 인지, 예측하여 손실을 극소화하는 투자가 가능하게 되고 그러한 인공지능이 보편화한다면, 궁극적으로 금융투자상품의 투자성, 즉 투자손실과 투자수익으로 움직이는 금융시장 자체가 유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법무법인 태평양 홍승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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