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정부가 미국산 128개 품목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도발에 반격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전날 공식 자료를 통해 앞서 발표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일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재정부는 미국산 돼지고기 등 8개 품목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120개 품목에 대해서는 1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23일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30억 달러 규모 128개 미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예고를 실행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초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5%의 관세를 부과한 데 대응한 것이다.

재정부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가 글로벌 교역 기준을 침해한다고 또다시 비판하며 해당 관세는 "중국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재정부는 또 이번 관세는 "중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미국의 무역법 232 조항에 따른 조치로 발생한 피해를 상쇄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무역법 232 조항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의 근거가 된 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관세 대응에 아직 아무런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가 결정한 사안이다.

중국 상무부도 성명을 내고 128개 품목에 대한 관세 조치는 2일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관세 부과 등 보호주의적 조치가 글로벌 무역 질서를 해친다며 만약 중국의 이익이 침해될 경우 보복 대응에 나서겠다고 수차례 경고해왔다.

이번 조치는 그간의 경고를 이행한 것이다.

하지만 보복 대상 품목에 미국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큰 대두 등은 포함되지 않아 중국 내부에서도 보복 대응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인 글로벌 타임스는 앞서 중국 당국이 대두와 같은 주요 농산물이나 보잉과 같은 주요 기업을 보복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주 사설에서 중국이 미국산 보복 대응 목록을 거의 완성했으며 이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여기에는 미국에서의 주요 수입품도 포함될 것"이라며 "이는 무역전쟁의 막대기를 사납게 휘두르는 미국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에서 수입되는 6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도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말 어떠한 보복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경고해 트럼프가 해당 조치를 강행할 경우 보복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번 주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발표한 600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의 목록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 고위 관리들은 반도체, 통신, 항공 등 최첨단 분야를 포함해 1천300여 개의 상품군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외신들은 미국이 인공지능(AI), 로봇, 양자컴퓨터 등 '중국제조 2025' 관련 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주 해당 리스트가 발표되면 30일간 업계의 공식 답변을 들은 후 트럼프 대통령은 180일 이내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WSJ은 전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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