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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경욱의 세계로 향한 窓] 평창올림픽과 GM의 철수
    정지서 기자  |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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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4.02  14: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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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국민의 환호 속에 평창올림픽이 끝났다. 세계 7위의 뛰어난 성적도 자랑스러웠지만, 우리의 젊은이들이 메달에만 연연하지 않고 치열하게 땀 흘리고 세계의 강호들과 경쟁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시원한 사이다였다. 우리의 미래에 대해 꿈을 가질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고,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영미야! 를 외치는 감격스러운 순간들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외국 코치와 귀화 선수들의 활약이다. 실의에 빠진 선수를 따뜻하게 위로한 밥데용 코치나, 남북 아이스하키팀을 이끌어가는 세라 머레이 감독의 리더십, 그리고 커플댄스를 선보인 민유라와 겜린 선수 등은 한국 선수 못지않게 우리들의 마음속에 따뜻하게 자리 잡았다. 이번 올림픽 때 특별 귀화한 외국 선수가 15명이라고 한다. 더구나 귀화한 선수들 대부분이 계속해서 우리나라에 정착하고자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스포츠가 되었던, 비즈니스가 되었던 우리가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는 당연히 외국에서 배우고 필요하면 부족한 인재를 들여와야 한다. 그리고 더욱 많은 인재가 공정하게 경쟁하고 협력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혁신이 일어난다. 그 밑바닥에는 다양성이 우리 모두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자연계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 같다.

    아메바 같은 단성생식에서 암수가 분화되고 더욱 다양한 품종이 생겨날 때, 환경 변화에 적응력이 커져서 그 종의 생존과 번영이 담보된다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 아닌가?

    이러한 자연법칙은 인간 사회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어 역사상 번성한 제국은 그 필요조건이 다양한 인재를 받아들이는 포용성에 있다는 것이 많은 역사학자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점이다. EBS에서 방영한 <강대국의 비밀>을 보면 로마 제국의 번영 비밀도 칭기즈칸 제국이 융성한 이유도 모두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 경상도만한 크기의 네덜란드가 17세기에 200만의 작은 인구를 가지고도 세계의 해상경제 강국으로 부상했던 비결은 종교적 관용과 사고의 다양성을 인정해서, 종교적 박해에 시달리던 유럽의 주요 인재들을 끌어모은 데 있다고 한다. 타계한 싱가포르의 지도자 이관유 수상이 수년 전 하버드 대학원의 조세프 나이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거대한 인구를 고려할 때 장래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수 있겠느냐 하는 질문에 대답한 내용이 있다. 그 요지는 중국의 인구가 미국보다 작아서 미국을 못 이긴다는 지극히 비상식적인 이야기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인가? 중국 인구는 당시 13억으로 미국보다 훨씬 커 보이지만 중국은 13억의 자국의 인구에서만 인재를 등용하지만, 미국은 전 세계 70억 인구 중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앞다퉈 밀려오기 때문에 사실상 70억 인구나 마찬가지라는 논리이고 이관유 수상의 혜안이 돋보이는 지적이다. 실리콘밸리의 성공 비결이 50%에 가까운 외국의 인재들이고 테슬라의 머스크나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도 모두 이민자 출신이다. 실력이 있으면 국적이나 인종을 가리지 않고 성공의 기회를 주는 사회의 포용적 시스템이 아직도 미국을 세계 제일의 국가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이번 올림픽에서처럼 빠르게 바뀌는 것 같다.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로 미국서 맹활약하던 김종훈씨가 선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나는 2013년에 그가 초대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내정되었을 때의 거센 반대를 기억하고 있다. 같은 뿌리를 가진 재외 한국인들에게도 높은 벽을 쌓는 폐쇄적인 태도로는 절대로 세계 경쟁에서 이기고 혁신 사회로 나갈 수 없다. 늦게나마 그의 뛰어난 역량을 우리 사회가 활용할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고,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제2, 제3의 김종훈 씨 같은 인재에게도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는 일이다.

    이러한 개방성과 포용성의 확대는 혁신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우리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인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의 생산 가능 인구는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고 지난해 신생아 수는 처음으로 40만 명을 밑돌고 있어서, 개방을 통한 인재의 유입은 강력한 저출산 고령화 대응책이기도 하다.

    물론 개방성은 단순히 인구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더욱 다양한 생각과 행동도 받아들일 수 있고, 우리나라가 외국인과 외국 기업들에 매력적인 성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우리나라가 번성하게 된다. 그래야만 귀화한 외국인도 정착하게 되고 새로운 인재가 유입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외국인이 귀화하거나 외국 기업이 들어오는 것을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외국인재나 기업이 철수할 때는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 5천만의 인구가 인접한 중국의 14억의 인구와 경쟁할 방법이 무엇일까? 우리나라가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경제를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혁신 경제로 변환시킬 수 있을까?

    이러한 시대적 과제와 과거 강대국의 번영 비밀을 살펴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따라서 GM 같은 외국의 회사가 우리나라에서 철수하려고 하면, 나쁜 기업이라고 낙인 찍기에 급급하지 말고 왜 우리나라가 매력적이지 않은가를 그들의 입장에서 냉철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아울러 영미야! 를 외치던 그 열정으로 우리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고쳐나가려는 전략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허경욱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 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jsje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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