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초대형 투자은행(IB) 한국투자증권이 일본 닛케이(Nikkei) 225 옵션 반대매매 사고로 소송에 휘말리게 생겼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부 개인투자자는 지난 2월 풋옵션 가격이 반대매매를 집행해야 하는 수준까지 올랐는데도 이를 자동으로 처리하지 않아 큰 손실을 봤다며 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6일 새벽 5시를 기점으로 닛케이 225의 풋옵션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계약 사항과 달리 자동 반대매매가 발생하지 않아 손실이 더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미국 증시가 고용 호조에 따른 금리 인상 우려로 폭락하고 유럽 증시까지 영향을 받은 점이 해당 풋옵션 가격 폭등의 원인이었다. 닛케이 지수는 장중 7% 이상 내리기도 했다.

2월 6일 자정 1계약당 5천엔 수준이었던 닛케이 옵션 차월물은 같은 날 오전 5시10분께 12만5천엔으로 25배 치솟았다. 개장 후 오전 9시48분에는 29만5천엔까지도 뛰었다.

한투증권은 같은 날 오전 5시를 전후로 닛케이 옵션 증거금의 위험률이 80%가 넘은 투자자들에게 문자를 발송했다. 기존에는 위험률이 50%가 되면 실시간으로 문자를 발송했지만 투자자들은 뒤늦게 80%가 넘어서야 문자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해외 파생상품거래 핵심설명서에 명시된 내용이다. 고객계좌의 예탁자산평가금액이 미결제증거금의 20% 수준에 이르면 회사는 고객 통지 및 동의 없이 즉시 강제청산을 한다는 게 약관의 설명이다. 또한, 위험률 50% 도달 시 회사에 등록된 휴대전화로 문자를 발송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자동 반대매매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전 9시 개장 후에야 담당 직원들이 고객들과 직접 통화하고 매도 의사를 확인한 후에 수작업으로 손절에 들어갔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이에 풋옵션 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던 투자자들은 순식간에 증거금을 날리는 건 물론, 결손까지 발생하게 됐다.

반대매매는 주식이나 선물옵션 손실이 커져 증거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매도 주문이 체결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는 위험률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 주문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주문 사고가 나기 어렵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대매매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발생하는 건데 이런 주문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이해할 수 없다"며 "초대형 IB에 제대로 된 전산 시스템이 없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한투증권에서는 약관상 '반대매매로 처분될 수도 있다'라고 서술된 점을 들며 '증권사 판단에 따라 반대매매를 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한투증권은 닛케이 옵션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강제 반대매매란 게 회사의 회수 목적을 위해서 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며 "추가로 증거금을 불입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반대매매를 집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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