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똑같은 닛케이 225 옵션거래인데도 한국투자증권에서는 반대 매매 피해자가 등장한 반면에 다른 증권·선물사는 조용한 편이다.

이는 한투증권이 스팬(SPAN·Standard Portfolio Analysis of Risk) 마진이라는 증거금 제도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투증권의 닛케이 225 옵션 증거금은 지난해 1계약당 1만원에서 올해 1월에는 10만원, 2월에는 다시 5만원으로 변경됐다.

이런 낮은 수준의 증거금 탓에 지난 2월 6일 닛케이 225 지수가 폭락하고 풋옵션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자 피해도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내 금융사 중 닛케이 옵션을 거래하는 곳은 한투증권을 비롯해 다른 증권사 1곳과 선물사 1곳이다. 이중 다른 증권사는 거래증거금을 해외 거래소에서 지정한 대로 사용하고 있다. 닛케이 225 옵션의 거래증거금은 엔화 84만엔 수준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한 계약당 100만원 정도의 증거금이 필요하다.

한투증권은 이들보다 훨씬 적게 계약당 1만원에서 최근에는 5만원 수준의 증거금을 적용했다. 이처럼 증권사 역량에 따라서 마진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를 포트폴리오 증거금, 스팬 증거금이라고 한다.

스팬 증거금은 합성 포지션에 따라 증거금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투자자가 풋옵션과 콜옵션 포지션을 각각 어떻게 조합하고 있느냐에 따라 증거금을 정하게 된다. 예컨대 행사가격이 비슷한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수하면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증거금도 적어지게 된다.

한투증권이 이 같은 스팬 증거금을 적용하면서 투자자의 선물·옵션 거래 장벽은 낮출 수 있었지만 급락장에서 피해가 더 커지는 원인이 됐다.

한 증권사 선물·옵션 트레이더는 "증거금이 다른 곳처럼 높았더라면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해외 선물·옵션을 거래하는 투자자가 자금력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굳이 증거금을 낮게 잡을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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