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의 지정학 리스크가 급속히 완화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7일로 결정되고, 5월쯤 북미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진 가운데 지난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전격적으로 방문해 북·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까지 살아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미국의 전략자산이 북한 영해와 상공을 드나들고, 이른바 코피전략으로 불리는 북한에 대한 정밀타격 얘기가 나오는 등 일촉즉발의 사건이 쏟아져 나왔으나 급격히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강대강 대치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되고,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이 진행되는 등 얼음이 녹듯이 급속한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관계 개선의 첫 물꼬를 튼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오히려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미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한반도 해빙무드가 본격화됐을 때를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오랫동안 우리 증시를 짓눌렀던 외국인투자자들도 이러한 관계개선을 반영해 한국으로 유턴(U-turn)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계에서 드러내놓고 말은 안 하지만, 물밑에서 차분히 전략을 구상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 송전·가스관 사업 등 대북사업에 대한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불확실성도 완화되고, 그 연장 선상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도 약해지고 있어 더욱 긍정적이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에서 우리는 자동차에서 일부 양보하는 대신 철강 부문에서 이익을 지키는 선에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이 윈윈(win-win)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대미 교역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산업계에서 반색하고 있다. 환율 문제 등 일부 불협화음이 아직 나오고는 있으나 큰 틀에서 양국이 합의한 만큼 비관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아직 풀어가야 할 과제들도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외적인 악재는 누그러졌지만, 우리 내부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GM 사태의 빠른 해결과 금호타이어의 순조로운 매각 등 구조조정 이슈와 함께 최저임금발 물가상승, 줄기는커녕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 일자리 과제 등 산적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급속히 해소되는 마당에 우리 내부의 문제로 경제가 비틀거리는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내부에 곪은 경제문제에 대한 해법이 빨리 마련되길 기대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코리아 프리미엄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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