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대신그룹의 나인원 한남 주택분양 사업이 정부의 고분양가 규제에 막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는 사업지연이 계속될 경우 시행사인 대신F&I는 물론 대신증권까지 신용등급하락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나인원한남 분양사업을 맡은 대신F&I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적정 분양가 산정을 위해 협의를 벌이고 있다.

대신F&I는 작년 12월 분양보증승인을 받기 위해 심사를 청구했으나 HUG는 고분양가 규제 방침을 내세워 올해 1월 나인원한남의 분양보증승인을 거절했다.

당시 신청한 3.3㎡당 평균분양가는 6천360만원 수준으로 기존 서울 시내 주택 분양가 중 최고가였던 서울 성수동 아크로포레스트의 4천750만원보다 33%가량 높았다.

대신 측은 나인원한남의 상품 특성상 사업장 인근의 고급주택인 한남더힐 중 비슷한 면적을 중심으로 분양가를 비교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HUG는 이 외에도 인근 아파트 4개 단지를 비교 대상에 포함해 고분양가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HUG 관계자는 "현재 나인원한남 측과 협의 중"이라며 "정부의 고분양가 규제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신F&I는 분양가를 낮추는 방안을 고심 중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분양가 인하로 사업수지가 조정되면 대신F&I가 시행사에 추가 자금을 제공해야 하고 이로 인해 모기업이 대신증권까지 신용등급하방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나인원한남과 관련해 분양수입이 최초 대비 5% 이상 줄어들면 대신F&I가 1천500억원의 추가 자금부담을 진다며 신용등급하향 검토 등급감시대상에 올렸다.

또 대신F&I가 대신증권의 별도 순이익의 40.8%를 배당하는 점을 들어 모기업인 대신증권도 등급하락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때 대신F&I는 분양승인을 받지 않는 대신 후분양을 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정부가 최근 들어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임대전환까지 규제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어서 망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까지 후분양에 필요한 공정요건을 갖출 수 있으나 임대전환 규제와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경우 자칫 금융비용만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행 주택분양보증제도가 HUG의 분양보증으로 단일화되다 보니 나인원한남과 같은 고가주택을 서민주택가격안정을 이유로 규제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정부 규제로 분양가를 낮추게 되면 대신은 막대한 손실을 보는 대신 이 주택을 분양받을 고액자산가들은 반대급부로 상응하는 불로소득을 얻는다"며 "과연 이것이 고분양가를 막겠다는 정부의 취지에 부합하는 일인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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