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과 중국이 각각 500억 달러 규모의 무역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양국은 곧바로 물밑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재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측이 모든 품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는 협상의 시간이다"라고 언급해 양국이 협상에 돌입할 것을 시사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은 관세와 그에 대한 반응, 최종 결정과 협상 등을 아우르는 전체 과정의 초기 단계"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으며, 이미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1천333개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중국은 곧바로 미국산 대두, 자동차 등 106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맞받아쳤다.

왕슈웬(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5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대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양국의 협상 정도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의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관세 부과는 5월 22일까지 30일간의 여론 수렴 기간을 거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180일 이내에 관세 부과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협상의 시한은 적어도 한 달 이상은 확보된 셈이다.

미국 이익단체들은 오는 5월 15일에 국제무역위원회에서 공청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할 기회를 얻게 된다. 각 기업도 5월 22일까지 관세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라인슈 선임 고문은 "30일간의 여론 수렴 기간을 둔 것은 그들이 여론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핵심은 협상의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간의 협상에서 실패하더라도 완전히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 수렴 기간이 끝난 뒤 180일 이내에 관세 시행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따라서 양국의 교착 상태는 더욱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 때 법적으로 정해진 마감 시한보다 더 빨리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여론 수렴 기간 한 달 내 협상 타결에 실패하고 상황이 악화할 경우 예상보다 빨리 트럼프 대통령이 실행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양측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안을 공개한 직후부터 물밑에서 협상을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최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서신을 교환했으며 므누신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중국 하이난(海南)에서 열릴 보아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보아오 포럼은 중국판 다보스 포럼으로 전 세계 정치 지도자 및 경제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양측 재계는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미국에 대해 어떤 신호를 보낼지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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