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당국이 BNK금융지주의 경영 공백 장기화를 계기로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 겸직 체제를 다시 문제 삼고 나섰다.

성세환 BNK금융 회장이 제왕적 지배구조하에서 지나친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는 판단으로, 향후 성 회장 후임 인선과 지배구조 개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BNK금융 사태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지주사 회장·행장 간 역할 조정, 이사회 기능, 내부통제 문제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BNK금융이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하려면 분명한 권력 견제 장치를 만드는 등 강도 높은 경영 혁신을 단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주 회장과 행장, 이사회 의장의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라며 "법원 판결을 지켜본 후 향후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내부통제와 관련한 법규 위반 등을 살펴 제재 수위를 확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NK금융은 지난 4월 성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뒤 박재경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성세환 회장이 지주 회장과 부산은행장, 최고 의결기구인 지주 이사회 의장 등을 모두 겸직하면서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 견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주가 시세 조정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경영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BNK금융 이사회도 이 같은 금융당국 입장 등을 고려해 회장·행장 분리 방안을 고민 중이다.

BNK금융은 다음 주 13일께 임시 이사회와 임원추천위원회를 동시에 개최해 회장·행장 분리안을 포함해 성 회장 후임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 BNK금융의 사외이사는 "회장·행장 겸직을 지적하는 일부 사외이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자리를 분리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권력 견제 장치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대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NK금융이 첫 타깃이 되어 회장·행장을 분리하면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권력이 분산된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이는 향후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지방은행은 물론 연말 지배구조 개편을 앞둔 KB금융지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KB금융은 2014년 11월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행장직을 겸직해왔다. KB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직간접적으로 행장 분리를 압박했지만, 윤 회장은 '조직이 안정화되는 적절한 시기에 분리하겠다'며 3년간 겸직을 유지했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이 올 11월 연임 여부 확정 시 회장과 행장을 분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 회장도 측근들에게 연말 행장 선임을 포함한 지배구조 변화를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BNK사태를 계기로 회장·행장 겸임에 대한 부작용이 또다시 드러난 만큼 권력 집중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분리 운영하는 게 맞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분란을 자초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외이사들과 경영진이 진정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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