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간담회에서 시장가격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이후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교촌치킨 등 일부 가맹본부가 사실상의 제품가격 인상을 추진하면서 공정위가 딜레마에 빠졌다.

9일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은 다음 달 1일부터 전국 가맹점에서 배달정책 유료화 정책을 시행한다.

배달사원 운용비용이 증가해 가맹점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2천원의 배달료를 따로 받기로 했다는 것이 교촌치킨 측 설명이다.





문제는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1위인 교촌치킨이 배달료를 받게 되면 후발업체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제품가격을 인상하거나 배달료를 따로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치킨업계는 지난해 이미 제품가격 인상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가격인상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결국 업체들의 제품가격 인상은 물거품이 됐다.

교촌치킨도 당시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가맹점 지원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연간 광고비도 최대한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가맹본부 대표 간 간담회가 이뤄진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상조 위원장이 각 가맹본부가 스스로 상생안을 낸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제품가격 인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탓이다.

당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편의점, 커피, 햄버거, 제빵, 치킨 등 19개 가맹본부 대표가 내놓은 상생방안을 경청했다.

실제 이 자리에서 19개 가맹본부 대표들은 각 가맹본부의 여건에 맞는 상생안을 발표했다. 교촌치킨 대표도 가맹점주가 자발적 의사로 점포 인테리어 리뉴얼 공사를 실시하는 경우에도 공사비용의 20~40%를 지원하기로 하는 안을 골자로 하는 상생안을 마련했다.

이에 김상조 위원장은 시장가격에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최저가격 인상 등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공정위는 담합이 아니면 시장의 가격 결정에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가격 조정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생활비의 부담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위치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수준을 올리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계기로 업계에서는 제품가격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가격 인상 등의 요인이 있을 때 공정위 눈치를 봐왔던 것은 사실이었다"면서도 "간담회 이후 분위기도 좋은 상황에서 그동안 제품가격 인상에 눈치를 보던 분위기가 완화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공정위도 프랜차이즈업계의 가격 인상은 일단 시장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 등 제품가격 인상 요인이 있을 경우에는 시장에 맡기는 게 원칙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향후 가격 담합이 발견될 경우에는 조사를 하는 게 원칙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담합 규제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업계의 제품가격 인상은 공정위에도 부담을 가중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저임금 인상 등 다양한 요인에도 소비자들의 외식물가 인상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피부로 느끼는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msbyu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