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증권사들이 '팻 핑거'에 따른 사고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주당 1천원을 배당하려다 1천주씩 배당했고,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2월 코스피200 옵션 주문 실수로 62억원을 손해봤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에 주당 1천원씩 배당하려다 1천주를 배당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지난 5일 종가 기준으로 하면 주당 3천980만원씩 배당한 셈이다.

삼성증권의 우리사주조합 소유 주식은 지난달 말 기준 283만1천620만주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에 1천주씩 배당해 총 28억3천만주, 지난 5일 종가 기준 총 112조6천985억원을 나눠줬다.

삼성증권 직원 일부가 이처럼 잘못 배당된 주식을 매도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삼성증권 직원 16명은 배당된 주식의 0.18%인 501만2천주를 매도했다. 일부 직원은 100만주 이상을 매도해 4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졌다.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삼성증권 직원들이 잘못 배당된 주식을 내다 판 것이 무차입 공매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법은 주식을 빌려 파는 차입 공매도는 인정하지만 없는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은 보유 자사주가 없고, 정관상 발행한도도 1억2천만주여서 이번에 잘못 배당한 28억3천만주는 존재할 수가 없는 주식이다.

이번 사태로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다시 한 번 폭발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해 '공매도를 금지해 달라'는 청원 참여자가 9일 오전 10시께 17만명을 돌파했다.

청와대는 청원 참여자가 20만명을 넘으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삼성증권 사태가 금융투자업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앞선 지난 2월 케이프투자증권도 팻 핑거로 거액의 손실을 봤다. 올해만 벌써 두 곳의 증권사가 팻 핑거로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2월 초 장 시작 전 코스피200 옵션의 매수·매도 주문 착오로 잘못 보낸 거래 주문이 체결되는 바람에 무려 62억의 손실을 봤다. 이는 케이프투자증권이 지난해 번 당기순이익(135억원·개별)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케이프투자증권은 개장 후 오류 주문이 체결되고서야 착오 발생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팻 핑거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매매 시스템으로 팻 핑거의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맥투자증권처럼 팻 핑거에 따른 손실로 파산한 경우도 있다"며 "삼성증권 사태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어 증권사 매매 시스템에 대한 전면 점검과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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