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삼성증권 특별점검에 착수했는데, 기관제재를 받게 될 경우 거래증권사 등급이 내려가거나 거래증권사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삼성증권 실사를 검토하고, 삼성증권 창구를 통한 직접 주식거래를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삼성증권의 연기금 거래증권사 선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삼성증권을 대상으로 결제이행 과정에 대한 특별점검을 시작했다.
특별점검 이후에는 투자자 보호 및 주식거래시스템 안정을 위한 현장 검사도 하는 등 고강도 조사를 예고했다.
금융당국은 위법 사항이 확인된 경우에는 관련자와 삼성증권에 대해 법규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은 6일 우리사주에 주당 1천 원씩 배당하려다 1천 주를 배당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삼성증권은 5일 종가 기준 총 112조6천985억 원을 나눠줬고, 삼성증권 직원은 배당받은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 삼성증권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다섯 번 발동한 이후 주가는 저가매수 수요가 나온 다음부터는 낙폭을 줄이며 6일 3.64% 하락한 상태로 장을 마감했다.
배당 오류 사고로 삼성증권의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연기금 거래증권사 지위 유지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기금들은 매 분기나 반기 국내 주식 거래증권사를 선정하는데, 삼성증권이 배당사고로 기관경고나 기관 주위 등 제재를 받으면 정량평가 점수가 하락하게 된다.
정성평가는 국내주식과 운용전략을 담당하는 연기금 운용역들이 직접 평가하기 때문에, 배당사고와 같은 커다란 운영 리스크가 터지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어진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거래 증권사를 정량(80점)과 정성(20점)지수로 평가 후 반기마다 선정한다. 정량평가에는 재무안전성과 매매실행 및 기여도뿐만 아니라 감독기관조치 등의 항목도 포함돼 있다.
국민연금은 등급별로 주식 주문 비중을 달리하는데, 1등급 증권사에는 주식 주문 최대 약정비율의 4%까지 주문을 넣을 수 있고, 2등급은 2%, 3등급은 1%로 떨어진다.
사학연금은 매 분기 국내 주식거래 증권사를 선정하며, 정량평가에 주문처리능력, 감독기관조치 등이 포함된다. 정성지수는 주식운용팀과 투자전략팀, 운용지원팀이 평가한다.
연기금 거래증권사 선정에서 간발의 차로 등급이 갈리거나 거래사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감독기관조치는 치명적인 감점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대형증권사 중 한 곳인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국민연금 국내주식 일반거래 증권사로 선정될 당시에는 1등급을 받았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3등급에 그쳤다. 국내주식 인덱스거래는 지난해 상반기 1등급이었으나 하반기에는 인덱스거래 증권사에 선정되지 못했다.
NH투자증권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 주위 조치와 과태료를 부과받아 국민연금 국내주식 거래증권사 정량평가에서 감점을 받았다.
국민연금이 금융사고 발생에 따른 거래 안정성 저하 우려에 따라 삼성증권과의 직접운용 주식거래를 중단한 점도 다른 연기금 거래증권사 선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의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삼성증권이 고강도 기관제재를 받는다면 거래증권사 지위를 유지하는데 악영향을 줄 것이다"며 "정량평가 점수가 합산돼 계산되기 때문에 삼성증권과 같은 대형증권사도 거래증권사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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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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