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삼성SDI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함에 따라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첫발을 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유예기간인 8월 말을 4개월이나 앞두고 지분 매각에 나섬에 따라 정부와 시장의 지배구조 재편 요구에 삼성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느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는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해소 의무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재벌 개혁을 주문하며 순환출자와 금산분리에 관한 공정거래법 추진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삼성의 향후 추가 대응이 주목된다.

삼성은 "나머지 순환출자도 전부 방법을 찾아서 해소한다는 방침"이어서 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조만간 순환출자 해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산분리와 관련해서는 셈법이 복잡해 그 시기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2.14% 매각으로 삼성그룹은 기존 7개의 순환출자 고리 가운데 3개를 끊었다.

삼성물산→생명→전자→SDI→삼성물산, 삼성물산→생명→화재→전자→SDI→삼성물산, 삼성물산→전자→SDI→삼성물산 등 3개의 고리가 끊어진 것이다.

남은 것은 삼성물산→생명→화재→물산, 삼성물산→생명→전자→전기→물산, 삼성물산→생명→화재→전자→전기→물산, 삼성물산→전자→전기→물산 등 4개이다.

삼성은 삼성화재(1.37%)와 삼성전기(2.61%)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까지도 매각할 방침이어서 순환출자는 시간을 두고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순환출자를 해소해도 오너 일가의 지배력에는 큰 충격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SDI의 물산 지분 매각에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17.08%로 최대주주이며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면 39.06%까지 올라간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은 0.57%에 불과하고 이건희 회장의 지분도 3.41%로 작다.

다만 삼성생명이 8.23%로 다소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그러나 금융회사인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것을 삼성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삼성그룹의 경우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문제는 결국 삼성생명, 즉 보험 계열사 고객의 돈을 이용해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금산분리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같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이 되는 포인트에 대한 결단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하반기 정부가 시행을 예고한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그룹 계열사간 출자를 자본 적정성 평가 때 배제하도록 하는 것으로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출자나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출자 등이 전부 또는 일부 '적격자본'에서 빠진다. 삼성생명은 자본확충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또 금융감독원장으로 취임한 김기식 전 의원은 19개 국회의원 재직 당시 보험업법상 자산운용규제 때 공정가치(시가)를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한 바 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삼성생명은 지난 2월말 콘퍼런스 콜에서 삼성전자 지분처리에 대한 물음에 "매각시 이익이 배당 이원이 되는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을 현시점에서 공개하기 어렵고 구체적인 매각 계획이 향후 확정된다면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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