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삼성증권 배당착오 사고를 계기로 공매도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었지만 금융당국은 폐지는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삼성증권 직원들의 주식매도가 결과적으로 공매도로 처리됐지만 상황이 발생할 때는 실매도였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공매도 제도와는 관계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공매도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주가가 하락할 때는 낙폭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0일 "(삼성증권 사고의) 원인을 공매도 제도에 돌리는 것이 합당한 시선은 아니다"며 "공매도가 가진 여러 효용성이 있어서 무조건 폐지하자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날 "공매도는 존재하는 주식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인데 이번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거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며 "공매도를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이 문제의 심각성과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이런 발언은 공매도 제도가 없었어도 삼성증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 직원들이 잘못 배당된 주식을 매도한 것은 외형상 무차입 공매도다. 차입하지 않은 주식을 시장에서 먼저 판 후 다시 사들여 매수자에게 갚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직원들이 매도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아니라 착오로 배당된 주식이었다. 삼성증권이 직원들이 매도한 주식을 되사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의 형식이 된 것이지, 주식을 잘못 배당하고 직원들이 이를 매도할 당시에는 모두 실매도였던 셈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가 과대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빼고 하락장에서 증시 유동성을 높이는 순기능이 있다고도 보고 있다. 기관이나 외국인과 달리 개인은 공매도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매매자의 신용도 차이가 있어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기관이나 외국인은 공매도 종목이나 수량에 사실상 제한이 없고 공매도에 필요한 주식 대여 기간도 보통 1년이지만 개인 대주거래는 빌릴 수 있는 종목과 수량이 한정돼 있다. 또 담보나 수수료, 대주 이자 부담도 큰 편이다.

전일 금융당국과 증권 유관기관이 구성해 첫 회의를 개최한 '주식 매매제도 개선반'에서도 공매도와 관련된 안건은 논의하지 않았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기관이나 외국인과 달리 개인은 신용도가 낮아 공매도에 불리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풋옵션이나 선물 매도, 인버스 등 파생상품을 통해서도 주가 하락에 투자할 수 있어서 공매도를 할 수 없어서 주가 하락에 속수무책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공매도를 폐지할 경우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신인도가 하락하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며 "공매도 폐지에 따른 실이 득보다 클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다만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큰 만큼 주식 매매제도 전반을 살펴보고 공매도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개선을 꾀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식 매매제도 개선반에서 공매도와 관련된 논의를 하지 않았지만 매매제도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공매도 제도에도 허점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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