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이 정치권 공방을 넘어서 검찰 수사로까지 확산하자 금감원 내부에서도 김 원장이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 내부에선 김 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노조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금감원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는 김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조직이 더 망가지기 전에 김 원장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글에는 '금감원에 더는 부담 주지 말고 떠나달라. 현직 금감원장이 서초동에 조사받으러 가는 것은 아니다. 사표 낸 후 검찰 조사 받아라'고 돼 있다.

전일 대검찰청이 김 원장에 대한 고발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배당하면서 검찰 조사가 기정사실로 되자 직원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수장 두 명이 연이어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한 금감원 직원은 "사실 여부를 검찰이 밝히더라도 현직 금감원장의 검찰 수사는 금감원 조직의 위상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크다"며 "연판장을 통해 사퇴를 촉구하자는 분위기까지 조성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간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금감원 직원들은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 원장이 취임한 지 이제 열흘 남짓인 데다가 청와대가 임명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고, 김 원장 역시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의당을 포함한 야 4당 모두 김 원장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고 여론도 나쁘게 돌아가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이 없는 금감원 노조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도 크다. 앞서 금감원 노조는 이례적으로 김 원장의 취임을 반기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블라인드에는 노조를 탈퇴하겠다는 의견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또 다른 금감원 직원은 "이번 사태에 침묵하는 노조는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며 "어떤 대응도 없다면 노조를 탈퇴하겠다는 직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김 원장을 둘러싼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만큼 노조도 고민이 깊은 모양새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며 "노노(勞-勞) 갈등에 대한 우려까지 있는 만큼 향후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사태를 지켜보는 금융위원회의 마음도 편치 않다.

산적한 금융 현안을 고려하면 김 원장을 둘러싼 사태가 조속히 돌파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가장 염려되는 것은 금감원 조직이 망가지는 일"이라며 "업무를 해나가는 과정에 시장과 피검기관에 영이 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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