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 후 처음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비둘기파적인 스탠스를 보였지만,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의 불씨는 살려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서울채권시장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는 전일 금통위가 4월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반적으로 완화적인 톤으로 가계부채 문제 등을 언급했다.

이주열 총재는 "가계부채가 당장 리스크는 아니더라도 중기적으로 봤을 때 금융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며 "가계부채 억제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부진한 데 대해선 "1분기 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 기록했다"며 "축산물 가격 하락과 석유 가격 상승 폭 둔화가 요인이다. 일부 공공요금 동결이나 하락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 문제에 대해선 "원화 강세가 된다면 수입물가 하락으로 물가 상승률 둔화시켜 환율 경로 측면에서 금리 인상 여지를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주열 총재의 이런 발언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과정에서 위원들 간에 견해차가 크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평가다.

특히 금통위 후에 발표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낮춘 점은 이주열 총재가 전체적으로 비둘기파적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참가자들은 그러나 이주열 총재가 물가와 환율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기준금리 동결 논거를 무력화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진단했다.

물가와 관련해 이주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기준금리 결정에는 장래의 물가 수준이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로 가면 조금씩 높아져 1% 중반, 뒤로 가면 1% 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금리를 결정할 때에는 장래 물가, 1년 후 물가를 더 우선시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에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인플레이션을 모두 2.0%로 전망했다.

이주열 총재는 외환시장 개입 공개 논의가 달러-원 환율 하락 요인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에 대해선 "그런 논의가 기조적인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환율은 수급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이주열 총재가 4월 금통위에서 사실상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며 "다만 완화적인 스탠스 속에 매파적 모습을 슬며시 드러내며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낮은 물가 상승률이 기준금리 인상을 막는 최대 복병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이주열 총재가 '장래 물가를 보고 금리를 결정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며 "그가 2기 첫 금통위에서 매의 발톱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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