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우리나라가 미국 재무부로부터 환율조작국 오명을 쓰지 않은 것은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나간 점이 주효하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대외 경제정책이 대규모 무역 적자를 줄이는 데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가 대미 흑자를 감소시키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설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미국이 환율조작국 요건으로 제시한 일정 규모 이상의 달러 매수 개입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와 미국 재무부, 국제통화기금(IMF)이 외환시장에 투명성 제고 방안을 논의 중인 것도 환율조작국을 피한 요인으로 꼽힌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재무부가 내놓은 4월 환율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최근 작년 대미 무역(상품수지) 흑자는 230억 달러였다.

교역촉진법상 기준이 되는 200억 달러는 넘었지만, 2015년 283억 달러와 2016년 276억 달러에서 점진적으로 흑자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무역적자(미국 상무부)는 5천4억 달러에서 5천48억 달러, 5천684억 달러로 증가했다.

적어도 우리나라 때문에 미국의 무역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수치상으로 확인됐다.

관세청 기준으로는 작년 대미 흑자는 179억7천만 달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2012년 이후 5년 만에 200억 달러를 밑돌았다.

작년 무역 통계 이래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하면서도 미국에서만큼은 흑자를 감소시키는 노력을 지속했다.

자동차(-3.9%)와 차 부품(-15.6%) 수출이 감소했고, 천연가스·기타 석유제품(121.9%)과 반도체 제조용 장비(102.8%)의 수입을 크게 늘렸다.

미국이 2015년 교역촉진법이 아닌 1988년 종합무역법을 근거로 굳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에 지정할 이유도 퇴색한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미 달러-원 환율이 작년 11월부터 1,100원을 밑돌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바라는 원화 강세 흐름도 충족됐다고 보고 있다.

시장 개입 요건은 여전히 심층분석대상국과 거리가 멀었다.

미국 재무부는 우리 외환당국이 작년 한 해 총 90억 달러 규모로 매수 개입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6% 비중으로, 기준이 되는 2%를 하회했다.

미국은 달러 가치 변동분을 제외한 외환보유액에다가 선물환 롱(매수) 포지션을 더해 달러 매수 개입 규모를 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기획재정부와 미 재무부, IMF는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협의 중에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다음 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만나 외환시장 투명성 방안을 논의한다.

국제금융시장의 한 전문가는 "시장 개입 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는 추정치에 불과해, 미국의 의심을 피하려면 대미 흑자를 줄여야 한다"며 "여기에 시장 개입까지 공개하면 환율조작국 문제는 잠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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