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지정 요건에 명백하게 해당하지 않아 자신감은 있었지만, 환율조작국은 언제나 긴장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의 외환당국은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에 지정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응했다.

관련법 상 환율조작국(또는 심층분석대상국)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치밀하게 설득하고, 무역흑자 목적으로 통화가치를 절하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특히 외환당국은 환율보고서에 대응하면서도, 국제통화기금(IMF) 및 미국 재무부와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동시에 협의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연계 또는 한국판 플라자합의, 환율주권 논란이 불거지며 외환당국이 사면초가에 놓이기도 했다.

'찰떡 궁합'인 기재부와 한은 실무진은 긴밀한 협업 아래 미국 재무부와 끊임 없이 연락하고 관련 정보를 교환하며 환율조작국 지정을 막았다.

특히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접촉을 강화하며, 물꼬를 트고 적극 대응했다.

14일 기재부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했던 김 부총리는 지난달 19일 므누신 장관과 양자 회담을 했다.

당시 미국의 철강 관세가 현안이었던 터라 김 부총리는 우리나라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면제시켜 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지만, 환율보고서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또는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IMF와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협의 중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므누신 장관은 이에 대해 "아직 환율보고서가 작성 중인 만큼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한국 측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답했다.

백미는 양자 회담 밖에서 일어났다.

김 부총리가 비공식 호프 미팅을 제안했는데, 므누신 장관이 흔쾌히 응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호텔 바(bar)에서 한·미 경제 수장들간의 짧은 술자리가 마련됐다.

김 부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업무와 관련된 주제뿐 아니라 평창올림픽, 탱고, 가족, 영화, 그리고 각자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등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 재무장관의 이 같은 비공식 만남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결과적으로 므누신 장관과 아침 8시 한미 재무장관 회담으로 공식 일정에서 하루 마무리 일정까지 함께 했다"고 적었다.

강경화하고 있는 미국의 통상압박에 둘러싸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시간이었다.

김 부총리는 환율보고서 발표가 임박해서는 전화통화를 했다.

지난 12일 김 부총리는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약 15분간 통화하고, 우리 외환정책을 강조했다.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급격한 쏠림 등 급변동 시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한다'는 원칙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김 부총리는 언급했다.

그동안 외환 당국의 달러 매수 개입이 무역 흑자를 목적으로 한 통화 가치 절하가 아니었다는 점을 미국 측에 다시 한 번 더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년 대미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동향 등을 설명하고, 우리나라가 미국 환율보고서상 환율조작국(또는 심층분석대상국)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다음 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예정인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등 다양한 계기를 통해 정책협의와 소통도 계속하기로 했다.

김 부총리가 환율조작국 문제를 앞에서 끌었다면 기재부와 한은 실무진은 관련 데이터와 논리로 중무장해 수시로 미 재무부를 설명하고 설득했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조작국 지정 요건이 안되지만, 긴장감이 없을 수는 없다"며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 문제가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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