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은행들이 손쉬운 가계대출, 담보대출에 치중하면서 생산이나 고용유발 효과가 큰 이른바 '생산적 대출' 비중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은행의 생산적 자금공급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이는 김기식 금감원장이 취임 후 '금감원 내부 자료를 시장에 공유하라'는 지시해 따른 것으로, 내부 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하는 첫 사례다.

김 원장은 지난 3일 임원회의에서 "금감원에서 생성된 각종 분석·통계자료 등에 대해 금감원이 꼭 대안이나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보도자료 등을 통해 시장, 언론, 학계와 공유하고 의견을 반영하는 유연한 감독방식으로의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2010년 말부터 7년간 취급한 대출을 기업대출과 가계대출로 나누고 기업대출을 일자리 창출 및 생산유발 효과, 신용대출 여부 등 3가지 측면으로 구분한 뒤 영향력·감응도 계수, 고용유발계수 등으로 가중치를 부여해 생산적 대출 개념으로 환산해 분석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대출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말 48.8%에서 2013년 말 49.5%까지 상승했다가 지난해 말 46.7%까지 떨어졌다.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법인 기업대출 비중은 2010년 말 34.3%에서 작년 말 26.3%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중 담보대출(보증대출 포함) 비중은 48.3%에서 65.2%로 16.9%포인트 올랐다.

중소기업 담보대출 비중은 2010년 말 54.1%에서 2013년 말 62.6%, 2015년 말 66.8%, 2017년 71.2%까지 상승했고 대기업 담보대출 역시 2010년 20.6%에서 2017년 말 30.1%까지 올랐다.

금감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리스크 회피 경향이 심화함에 따라 담보대출 위주의 대출 영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담보가 확실한 부동산 대출의 경우 전체 기업대출 가운데 25.1%를 차지해 2010년 말보다 8.1%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대출 비중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자리 창출 기준으로 은행의 총대출 대비 생산적 대출 비중은 2012년 말까지 44%대를 유지하다 2013년 말(43.8%) 이후 하락 폭이 확대되면서 작년 말 37.8%까지 하락했다.

또 생산유발 기준으로 봐도 생산적 대출 비중은 2011년 말에는 45.7%에서 지난해 말에는 37.1%로 떨어졌다.

은행의 기업 신용대출잔액도 2010년 말 208조9천억 원에서 지난해 말 198조1천억 원까지 감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용창출이나 생산유발 효과가 큰 건설, 전자, 철강업종 등에 대한 대출은 감소하고 고용 창출 효과가 작은 부동산업 대출이 대폭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2014년 이후 기업구조조정 본격화, 가계대출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안전자산 위주로 여신정책을 변경하면서 기업부문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이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모든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확대, 비생산적 기업대출 확대, 신용대출 축소 등 유사한 여신 전략을 추구하면서 생산적 자금공급 역할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김영주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일부 은행은 저금리 기조 하에 안정적 수익창출을 위해 가계담보대출, 부동산 대출 등에만 집중하는 등 실물지원이라는 금융 본연의 역할이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며 "제도개선과 함께 은행 자율적인 개선 노력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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