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미국 재무부가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에 지정하지 않음에 따라 외환 당국이 또 한고비를 무사히 넘기게 됐다.

환율을 만진다는 의미의 조작(操作)국으로 분류되면, 미국의 제재를 받는 실질적 효과 외에도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평판이 땅에 떨어지는 악영향이 있다.

미국이 환율조작국 요건으로 제시한 달러 매수 개입 규모를 밑돌고 있지만, 외환당국은 근본적으로 미국 및 국제사회의 의심을 해소할 방안을 강구 중에 있다.

시장 안정화 조치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을 놓고 국제통화기금(IMF) 및 미국 재무부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외환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13일(현지 시간) 내놓은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교역촉진법의 심층분석 대상국이나 종합무역법의 환율조작국에 지정하지 않았다.

200억 달러가 넘는 대미 무역흑자와 국내총생산(GDP)의 3%가 넘는 경상 흑자 요건에 해당해 관찰대상국에는 여전히 포함됐다.

달러 매수 개입 규모는 GDP의 0.6% 수준인 90억 달러로 추정됐다.

미국이 조작국 요건으로 제시한 GDP 2% 초과 달러 매수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우리나라는 관찰대상국을 유지했다.

그동안 미국은 "원화 가치 저평가는 경상 수지 흑자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를 압박해왔다.

우리나라가 인위적으로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 무역흑자를 꾀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대규모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통상압박 공세 수위를 높여나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 당국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외환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무역흑자를 위해 원화 가치를 절하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시키려, 달러를 사고 판 현황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는 IMF와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사회가 꾸준히 강조해 왔던 부분이다.

공개 방침이 확정되면, 앞으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가장 마지막으로 개입 현황을 공개하는 국가가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부 국가들은 외환시장에서 무역흑자 차원이 아닌 급격한 쏠림 현상이 있어 시장의 기능이 제구실을 못할 우려가 있을 때 안정화 조치(개입)에 나서는 것은 사실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데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로 외환위기의 고통을 겪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외환 당국은 공개 주기와 방식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분기 또는 반기별로 달러 순매수 총액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예민한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개입 내역 공개와 환율은 크게 상관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 재료로 판단하고 있기도 하다.

환율이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음 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를 만나 환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 부총리는 전일 기자들과 만나 "환율정책이라는 건 특정한 나라와 쌍무적 관계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하는 국제적 이슈"라며 "IMF와 G20의 여러 권고가 있었고 미국과도 환율보고서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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