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미국 재무부가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아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달러-원 환율이 내림세를 보이면 수입물가가 하락해 한은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수 있는 여지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털어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 또는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관찰대상국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기존 중국과 일본, 독일, 스위스 등 5개국과 함께 대미 무역 흑자가 많은 인도가 새롭게 추가됐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통해 ▲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 GDP 대비 순매수 비중이 2%를 초과하는 환율시장 한 방향 개입 여부 등 3가지에 해당하는 국가를 교역촉진법상 환율조작국 또는 심층분석대상국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 번째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한은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제약 요인 중 하나가 사라졌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사 딜러는 "외환 당국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 있어 부담을 덜게 됐다"며 "그간 달러-원 환율에 하향 압력을 가했던 심리적 요인 중 하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달러-원 환율 하락이 수입물가 하락을 촉발해 전체 물가 상승 폭을 축소할 경우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힘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딜러는 "이주열 총재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원화 강세가 환율 경로 측면에서 금리 인상 여지를 줄일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환율조작국 미지정으로 한은이 통화정책과 관련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는 4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시장 개입 공개 논의가 달러-원 환율 하락 요인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에 대해 '그런 논의가 기조적인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환율은 수급이 결정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달러-원 환율 하락의 속도가 완만하기만 하다면 환율이 통화정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사 딜러는 "통화정책은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달러-원 환율이 급락하지 않는다면 환율 경로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 외환 당국은 달러를 사고, 판 현황을 공개하는 등 외환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개 방침이 확정되면, 앞으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가장 마지막으로 개입 현황을 공개하는 국가가 된다.

분기 또는 반기별로 달러 순매수 총액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예민한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이 개입 내역 공개와 환율은 크게 상관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 재료로 판단하고 있기도 하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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