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국내 인수·합병(M&A)시장에서 '대어'로 꼽히는 ING생명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매각자와 인수 후보자 간의 눈치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NG생명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경영권 매각과 관련해 아직 어떠한 거래도 성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지분 59.1%를 보유 중이다.

MBK 측은 "인수자가 전혀 결정된 바 없으며 거래와 관련한 조건도 합의된 것이 없다"며 "ING생명 지분매각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린 상황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비은행 사업 강화를 위해 ING생명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MBK 측은 지분매각에 대해 다시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이달 말께 실사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매각가격을 높이려는 MBK 측과 가격을 낮추려는 인수 후보자 간의 눈치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ING생명 인수 가격을 2조5천억 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인수 후보자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2013년에 ING생명을 1조8천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ING생명은 현재 M&A 시장에 나온 보험사 매물 가운데 자본 건전성과 탄탄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ING생명의 작년 말 지급여력(RBC)비율은 455.33%로 생명보험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작년 당기순이익도 3천402억 원에 달했다.

ING생명 관계자는 "시장에서 가장 압도적인 지급여력(RBC)비율과 함께 견실한 펀더멘털을 보유한 회사로서 2018년에도 보장성 신계약의 높은 성장세와 함께 견조한 재무적 성과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조 원이 넘는 가격을 투입해 인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금융지주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본확충도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IFRS17과 K-ICS 도입 등을 앞두고 생명보험업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비싼 가격에 인수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M&A에서 비싸게 팔고 싶어하는 매각자와 싸게 사고 싶어하는 인수자 간의 기 싸움은 언제나 있는 일"이라며 "MBK 측이 지분매각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상황이 아니라고 한 부분도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없으면 딜을 접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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