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은행에서 '중립의 대명사'로 불리다 막판에 매파적 발언을 내비쳤던 함준호 금통위원의 임기가 오는 5월 12일에 끝나면서 금통위원 하마평이 물꼬를 텄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함 위원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한은은 지난 3월말 은행연합회에 후보자 추천 요청서를 보냈다.

후보추천 요청서는 금통위원 임기 만료 30일전 후임인사 추천을 요청해야 한다는 한은법에 따른 절차다.

차기 금통위원 후보 공석이 없다면 취임까지 약 4주의 기간이 남아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차기 위원의 자격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종전대로 교수나 관료 출신 인물이 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주열 총재 연임 당시 총재 하마평에 올랐던 김홍범 경상대 교수나 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은 금통위원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한은 총재는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만 금통위원은 추천제여서 교수 출신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현직 금통위원의 구성을 보면 추천기관은 제각각이지만 금통위원 7명 중 4명이 학자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함준호 위원(전국은행연합회 추천)과 이일형 위원(한은 총재 추천), 조동철 위원(기획재정부 장관 추천), 신인석 위원(대한상공회의소 추천)은 모두 교수 또는 경제학자로 수렴된다.

이주열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는 한은 당연직, 고승범 금통위원은 금융위원회 위원장 추천으로 관료 출신이다.

한은 안팎에서는 금통위원이 모두 학자 출신이면 이론적 토대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어 추천기관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로써는 추천기관의 다변화는 쉽지 않다. 이에 차기 금통위원 후보의 출신이나 성향을 차별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금통위원 추천권을 쥔 은행연합회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금통위원을 추천하는 민간 단체다.

은행연합회 추천 위원은 금융시장 분야의 전문가라는 특성을 갖는다.

즉, 은행권 또는 금융시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인물이 추천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은행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은 아니라고 한은은 선을 그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3월 청문회에서 금통위원 민간단체 추천제도가 경영자와 금융 관련 단체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에 "특정 이익집단을 대표하기보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분야의 전문가를 추천하라는 의미"라며 "민간 단체가 추천한 위원도 정책결정시 그 민간 단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한은 관계자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위원들을 보면 대부분 경제, 경영 전문가이거나 투자은행(IB)에 오래 몸담은 경우가 많다"며 "금통위의 특성상 경제, 경영 관련 백그라운드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노동조합도 최근 차기 금통위원의 자격을 언급했다.

한은 노조는 지난 11일 '금통위원의 자격'이라는 성명서에서 전현직 공무원, 관변학자 출신이나 올바른 행적을 가지지 않은 이른바 적폐 출신의 인사는 금통위원으로서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기 금통위원 자격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전문적 식견,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 소신과 건전한 상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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