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를 이용해 효율적 자원배분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16일 발간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이자를 지급하는 CBDC의 경우, 금리 조정을 통해 시장금리를 조정할 수 있다"며 "CBDC를 발행하고 장기국채를 매입하면 경제적 후생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한은이 지난해 9월 가상화폐 연구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구를 시작한 후 발표된 첫 번째 연구 결과다.

보고서는 CBDC를 발행할 때 생기는 법률적 쟁점과 CBDC 모형에 대한 연구로 나눴다.

중앙은행이 금융중개기관을 거쳐야 하는 간접유통 방식을 취할 경우에는 발행의 효율성을 제한할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직접유통 방식을 택할 경우에는 한은법 79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직접유통 방식을 택할 경우, 중앙은행이 천문학적 수의 개인계좌를 별도로 개설하고 유지·관리해야 하므로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또한, 기술적 안전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중앙은행이 이런 비용부담과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디지털화 폐를 직접유통 시켜야 할 실익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CBDC를 예금자보호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자금세탁방지법에 적용할 때도 직접유통과 간접유통에 따라 쟁점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화폐를 직접 유통할 경우 예금자보호법 대상이 아니지만, 간접유통의 경우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직접 유통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를 침해할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화폐의 익명성을 보장할 경우 범죄행위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화폐 이론상 CBDC를 발행할 경우 중앙은행은 이를 이용해 금리를 조정함으로써 단기 명목금리를 조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공개시장조작 형태로 CBDC를 발행할 때도 시장금리 조절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이 CBDC를 발행한 후 그만큼을 장기국채 매입에 나설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실행했던 오퍼레이션트위스트(Operation Twist)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기존 경제이론 모형을 활용해 CBDC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한 거의 최초의 연구 중 하나다"며 "향후 후속 연구 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르면 5월, 가상통화와 관련한 추가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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