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하림그룹이 최상위 지주사인 제일홀딩스와 중간 지주사인 하림홀딩스를 합병해 지배구조를 개편한다. 이를 통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제일홀딩스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완성하게 된다. 하림그룹은 경영 효율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주사 간 합병 이후에도 그룹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여전히 남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회장이 아들 김준영씨에게 올품을 편법 증여하면서 준영씨가 그룹의 최상위 지배자가 됐기 때문이다.

◇ 제일홀딩스, 하림홀딩스 흡수합병…지주사 1개 체제로 개편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일홀딩스는 지난 4일 하림홀딩스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 합병비율은 보통주 기준 1대 0.2564706다. 합병 후 존속회사인 제일홀딩스 상호는 하림지주로 변경된다.

합병승인 주주총회는 다음 달 14일에 열린다. 합병기일은 오는 7월 1일이며, 신주는 같은 달 16일 상장된다. 하림지주는 하림그룹 성장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계열사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현재 하림그룹 지배구조는 '김홍국 회장→제일홀딩스→하림홀딩스→계열사'로 돼 있다. 합병작업이 마무리되면 지배구조는 '김홍국 회장→제일홀딩스→계열사'로 바뀌는 셈이다.

하림그룹은 2011년 지주사 출범 이후 4개(제일홀딩스, 하림홀딩스, 농수산홀딩스, 선진지주)의 지주사 체제를 꾸준히 정비해 1개 지주사 체제로 개편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림그룹은 이번 지주사 간 합병으로 경영 효율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일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김홍국 회장(지분율 29.74%)이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이 제일홀딩스를 통해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 지주사 간 합병 후의 문제점은…올품 '편법증여' 의혹 등

하지만 시장에서는 합병 이후에도 하림그룹 지배구조에 적지 않은 문제가 남아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홍국 회장이 아들 김준영씨에게 올품을 편법 증여해 준영씨가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김 회장이 준영씨에게 올품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편법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김 회장은 준영씨에게 올품 지분 100%를 증여했다. 준영씨는 올품 유상감자 등을 통해 증여세 100억원을 마련했다.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올품을 인수한 준영씨는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서게 됐다. 올품은 한국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들고 있고, 한국인베스트먼트는 제일홀딩스 2대 주주(지분율 26.44%)다.

그룹 지배구조가 '김준영씨→올품→한국인베스먼트→제일홀딩스→계열사'로 돼 있다. 이런 이유로 준영씨가 증여세 100억원을 내고 10조원대 하림그룹의 지배력을 장악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일홀딩스 1대 주주인 김홍국 회장과 2대 주주인 한국인베스트먼트의 지분율 차이가 3.3%에 불과하다. 또 김준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올품은 제일홀딩스 지분 5.31%를 들고 있다.

향후 올품과 한국인베스트먼트, 제일홀딩스 간 합병 등을 통해 준영씨의 그룹 지배력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하림그룹이 지주사 간 합병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있으나, 편법증여 의혹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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