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완화와 경제지표 호조로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진 가운데 혼조세를 보였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6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6bp 오른 2.834%에서 거래됐다. 장중 2.865%까지 올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9bp 상승한 2.377%에서 움직였다.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2bp 낮은 3.031%에서 거래됐다.

10년과 2년 만기 수익률 차이는 전일의 46bp에서 45.7bp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지난해 말에는 125bp에 달했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지정학적 위험 완화와 경제지표 개선 등으로 하락 출발했다가 저점 매수세에 점차 낙폭을 줄였다.

시장은 지정학적 위험과 무역전쟁 우려에 따른 뉴욕증시 동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연설, 경제지표 등을 주목했다.

지난 주말 국채가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지속과 경제지표 둔화 속에 단기물은 내리고, 장기물은 오르는 혼조세를 보였다.

금리 전략가들은 미국 정부가 지난 주말 시리아의 화학 무기 시설을 공습했지만, 러시아와의 확전은 피하고 싶어하는 만큼 일회성 공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며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지면서 국채가 하락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험과 무역전쟁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진단도 여전하다.

BMO 캐피털 마켓츠는 "시리아 공습은 간밤 국채가 움직임에 많은 영향을 줬고, 이것이 '위험 선호'를 강화한 것에 놀랐다"며 "러시아의 반응이 많지 않지만, 지정학적 위험이 결과적으로 낮다는 결론을 내리는데 회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서 "미국은 금리 인상을 지속하고 있는데, 러시아와 중국은 환율 절하 게임을 하고 있다"며 "이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지난 주말 미국 재무부는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하지는 않았으며 한국, 일본 등 다른 5개국과 함께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유지했다. 러시아는 환율 관찰대상국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또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영국, 프랑스와 함께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시설을 공습한 데 대해 무력사용을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준 위원들의 연설은 국채가 하락 방향에 일조했다.

비둘기 성향의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닐 카시카리 총재는 연방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게 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카시카리 총재는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세제개편 등 정부가 경제 성장을 높이기 위해 취한 조치들은 물가 목표 2%의 달성률을 높인다며 이는 연준이 올해 추가 금리 인상 계획을 더 밀고 나가게 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도 방송에 나와 "올해 3~4차례 금리 인상 기대가 합리적"이라며 "(현재) 주식시장 가격 수준이 불합리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경기 확장에도 세계화와 자동화 탓에 기업이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하는 결정력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올해 남은 기간 두 차례나 그 이상 금리 인상 가능성을 83% 반영했다.

지난달 미국인은 석 달 연속 줄이던 씀씀이를 대폭 늘렸다.

미 상무부는 지난 3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6% 늘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0.3% 증가였다.

2월까지 소매판매는 201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석 달 연속 줄었다.

3월 소매판매 증가는 자동차 구매가 대폭 증가한 덕분으로 풀이됐다. 전달 소비가 주로 감소한 부분은 자동차와 휘발유였다.

자동차를 제외한 3월 소매판매는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애널리스트들은 0.2%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학자들은 3월 소매판매 호조는 세제개편과 세금 환급 등 때문에 소비자가 그동안 저축을 소비에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앰허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경제학자는 "3월의 소매판매 호조는 1분기를 개선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며 "그러나 2분기 실질 소비 지출의 반등을 위한 준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PNC 파이낸셜 그룹은 "소매판매가 3월에 처음으로 늘어났지만, 주택에 관한 내용이 없다"며 "소비 지출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4월 미국 주택건축업체들의 신뢰도가 소폭 하락했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웰스파고에 따르면 4월 주택시장지수는 전월 70에서 69로 내렸다. 전문가들의 전망치는 70이었다.

주택시장지수는 지난해 12월 1999년 이후 최고치인 74를 기록한 뒤 4개월 연속 내렸다. 다만 69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04~2005년 평균치는 68이었다.

지수가 50을 웃돌면 신뢰도가 개선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NAHB는 건축업자들이 낙관도는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택지 부족과 건설자재 가격의 상승 등 공급 측면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캐나다산 목재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이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월 미국의 기업재고가 시장 예상대로 늘었다.

미 상무부는 2월 기업재고가 전달대비 0.6%(계절조정치) 증가한 1조9천29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역의 제조업 활동이 하락했다.

뉴욕 연은은 4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가 전월의 22.5에서 15.8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는 19.1이었다.

6개월 후 경기 전망 지수는 지난달 44.1에서 18.3으로 큰 폭 내렸다. 뉴욕 연은은 이번 달 경기 전망 지수는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콘틴전트 매크로 어드바이저의 TJ 코넬리 헤드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지수 "6개월 전망치의 하락은 무역전쟁이나 관세 부과 우려와 일치한다"며 "이는 기업 심리의 추가 약화를 보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상승 유지에도 낙폭을 더 줄였다.

전략가들은 이날은 10년과 2년물 수익률 차이가 최근 50bp 안쪽으로 좁혀진 것을 주목했다.

듀폰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크리스 코왈 헤드는 "격차가 좁혀지는 것은 대부분 연준의 금리 인상이 주도하고 있다"며 장기물을 보유하려는 투자자들은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보야 자산운용의 맷 톰스 최고운용책임자는 "경제 시스템에 대한 재정 자극은 성장 박동을 높일 것이지만 투자율과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성장이 지속하지 못하면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략가들은 또 다음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도 주목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미·일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 "무역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뤄

질 뿐 아니라 북한과의 회담을 위한 준비에 주로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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