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지서 기자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외유성 출장' 의혹에 결국 취임 14일 만에 사퇴하면서 금융권도 숨죽이고 있다.

최대한 몸을 낮춘 채 정치권과 청와대, 금융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금융지주 고위 임원은 17일 "선관위에서 명확하게 위법 결정을 내놓을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갑작스러운 사퇴 소식에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원장의 사의 배경과 청와대의 입장, 금감원의 분위기와 비상대응 체제 전환 등의 관련 소식들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있다"면서도 "정치적 이슈로 번지다 보니 정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융권은 김 원장의 사퇴를 촉발한 외유 출장 논란과 직간접적으로 엮여 있는 만큼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김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한국거래소, 우리은행 등의 지원을 받아 수차례에 걸쳐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시 관행이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피감기관의 비용 부담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데 대한 위법 논란이 있었던 만큼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김 원장의 사퇴 이후 나타날 향후 파장에 더 주목하고 있다.

당장 최대 관심사는 차기 금감원장이 누가 될지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김 원장의 거취와 관련한 첫 메시지를 밝히면서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면 무난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언급한 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시중 은행장은 "금융권은 적폐청산에 저항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김 원장보다 더 강한 외부인사가 임명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도 "김 원장의 사퇴로 금융권은 대혼돈의 시대를 맞게 됐다"면서 "지금은 최대한 조용히 말을 아끼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김 원장까지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나면서 금융정책의 방향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불안도 읽힌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프레임에 금감원 이슈가 맞물리다 보니 사태의 본질이 달라진 것 같다"며 "금융회사에 다른 부담으로 불똥이 튀는 게 아닌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금감원에서 명확한 시그널이 나와야 금융회사들도 맞춰 움직이는데 지난 1년간 특별히 진척된 게 없다"면서 "올 상반기는 결국 아무것도 추진하지 못하고 이렇게 넘어가는 것 같아 내부적으로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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