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1개의 펀드를 선보이기 위해 6년을 준비했다."

1세대 투자자문사가 2000년대 중반 한풀 꺾일 때 피데스자산운용은 조용히 베트남에 씨를 뿌리고 있었다.

2006년 베트남에 진출한 피데스운용은 7년 동안 어떠한 수익도 기대하지 않고 시장 조사와 매니저 양성에만 몰입했다.

뿌리가 내리고 줄기가 뻗어, 10년이 지난 이제는 명실상부 베트남 전문 최고의 헤지펀드 운용사로 자리매김했다.





송상종 피데스운용 대표는 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된 매니저 한 명을 키우는 데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증시를 탈피해 '넥스트 코리아(Next Korea)'를 물색하고 확신을 갖고 베트남에 뛰어들어 어느 정도 입지를 다졌다"고 평가했다.

올해로 창립 20년을 맞은 피데스운용은 국내 바이사이드 전체를 통틀어도 유일한 베트남 전문 운용사다.

지난해 헤지펀드로 전환한 피데스운용은 신짜오 1호를 비롯해 13개의 베트남 펀드를 운용 중이다. 평균 누적 수익률만 5%가 넘는다.

최초의 베트남 전문 운용사란 타이틀뿐만 아니다. 피데스운용은 1세대 자문사로 국내에서 '일임 계약 시장'을 처음 개척한 곳이기도 하다.

1998년 설립된 피데스운용은 당시 코스모, 한가람, IMM투자자문과 함께 국내에서 기관 일임 계약 사업이라는 걸 처음 시도했다.

자문사 자체가 별다른 인정을 받지 못할 때였다. 개인은 고사하고 기관들조차 관심을 둬 주지 않았다.

하지만 '송상종'이란 이름이 제 역할을 했다. 그가 차린 자문사란 것만으로 내로라하는 기관투자자에 명함을 내밀 수 있었다. 송 대표는 과거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장인환 전 KTB자산운용 대표와 함께 광주일고 출신 3대 스타 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다. 교보생명에서는 채권과 주식을 넘나들며 7년간 운용했으며 미래에셋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당시 투자자문사의 수익모델은 거의 없어 '일임 계약'이라는 상품을 시도했다"며 "코스모나 한가람, IMM이 등장하고 어느 정도 규모가 생기면서 서로 경쟁을 통해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시작은 교원공제회였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트랙레코드가 쌓이고 좋은 성과를 내자 연기금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0년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자문사와 일임 계약을 맺기 시작하면서 1세대 자문사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국내 주식 운용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송 대표는 발 빠르게 베트남으로 관심을 돌렸다.

이에 피데스운용은 2006년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현지 인력을 채용해 재무제표 분석 등 매니저 육성을 해왔다. 첫 펀드가 2013년에 나왔으니 6년을 오롯이 리서치에만 쏟은 셈이다.

송 대표는 "아무도 베트남에 관심을 두지 않을 때, 오히려 다른 곳에서 베트남에 투자했다가 데여 꼴도 보기 싫어할 때 '상장회사 회사 투자 편람'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꾸준히 마케팅을 해왔다"며 "2015년까지 약 8년간 편람을 만들어 기관에 뿌린 덕에 투자자들도 피데스를 베트남 전문 운용사로 인지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그 열매를 거두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후발주자들도 나서고 있지만 피데스의 자신감은 확실하다.

헤지펀드로서 차별성도 확실하게 갖췄고 현지에서 인적·물적 자원을 일구는 데에 걸린 10년이란 시간은 아무리 다른 운용사가 쫓아오려고 해도 쉽게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송상종 대표는 "헤지펀드는 남들이 카피할 수 없는,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확실한 운용전략이 있어야 한다"며 "헤지펀드 운용사 전환 이후 해외 부문 수탁고가 국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회사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고 귀띔했다.

앞으로 그는 베트남 정부가 국영 기업을 얼마나 정직하게 민영화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의 성패도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즉, 지금까지는 베트남 경제가 외국인직접투자(FDI) 등 투입 요소 증가에 따라 발전하는 구조였다면 생산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진 시점부터는 효율성이 이끄는 시장이 될 것이란 얘기다.

송 대표는 "형식적인 민영화에 그칠 경우 5~10년 후에는 경제 성장이 제한될 수도 있다"며 "그 사이에 얼마나 민영화를 잘 해내느냐가 이후 투자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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