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LG화학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투자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다. 향후 전기자동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재료 공급처 확보 및 수주 확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자금조달과 인수합병(M&A) 등에 나서는 셈이다.

17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외화표시 교환사채(EB)를 제로금리로 발행해 6억달러(6천400억원)를 조달했다.

이번 교환사채 발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민간기업이 발행한 것으로는 최대 규모다. 확보한 자금은 미래 성장기반인 유럽과 중국 등 전기차(EV)용 배터리공장 증설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1일 중국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배터리 소재인 전구체·양극재 생산법인을 합작설립하기로 계약했다. LG화학은 오는 2020년까지 화유코발트와 함께 총 2천394억원을 출자하게 된다.

LG화학이 설립하는 전구체·양극재 합작법인의 연간 생산 능력은 각각 4만t이다. 이는 한 번 충전으로 320㎞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 40만대분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규모다.

LG화학은 중국 생산법인 합작설립으로 핵심 원재료에서 배터리로 연결된 생산 수직계열 체계를 구축했다. 향후 배터리 사업에 있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신규 수주 과정에서도 비교우위를 확보한 셈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0년 이후 본격적인 전기자동차 출시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장기 배터리 공급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코발트의 공급처를 확보한 배경이 가격 경쟁력을 부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매출의 3.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전년도에도 R&D는 3.3%의 비중을 차지하는 등 2년 연속 3%를 웃돌았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9천억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국내 석화기업 3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LG화학은 올해 초 연구개발비 조달용으로 1조원어치 회사채도 발행했다. 당초 5천억원 발행 예정이었으나 2조원을 웃도는 역대 최대 주문이 들어오면서 회사채 발행금액을 1조원으로 증액했다.

올해도 LG화학은 지난해보다 22% 늘어난 1조1천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연구개발은 기초소재부문과 중대형 전지분야 양산, 원재료 확보, 양극재 제품 경쟁력 확보 등 미래 먹거리사업에 집중될 전망이다.

지난해 LG화학 전지부문이 흑자전환하는 등 전지부문 성장세가 지속되는 점은 호재로 꼽힌다. 아울러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중국 배터리 인증 여부 또한 해결되면 전지사업 수익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유럽 디젤 게이트, 테슬라의 대중적 전기차 출시, 중국의 전기차 지원 정책 등으로 전기차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LG화학은 글로벌 탑티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후발 업체와의 기술 격차는 적어도 수년 이상 유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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