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미국 재무부가 최근 내놓은 올해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앞으로 1988년에 제정된 종합무역법을 적용할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환율조작국 요건을 모호하게 규정해 놓은 종합무역법을 활용해, 상대국에 통상압박을 강화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17일 미국 재무부의 2018년 상반기 환율보고서를 보면, 1988년 및 2015년 법의 기준과 근거가 각각 뚜렷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법만 충족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1988년 법상의 기준에 해당하면 미 재무부가 외환보유액과 자본 통제, 통화 정책, 물가 상황과 같은 추가 사실을 조사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해당 부분은 2017년 상·하반기 환율보고서 후반부의 각주 형태에 있던 내용으로, 이번에는 보고서의 핵심 요약 내용만 담는 앞 페이지 본문에 담겼다.

트럼프 정부가 1988년 종합무역법에 따라 환율조작국을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988년 종합무역법은 경상수지 흑자국이면서 유의미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이 환율조작을 단행했을 때, 환율조작국(currency manipulator)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분류되면 즉시 주기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또는 양자 간 외환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구체성이 없어 많은 비판을 받았고, 2015년 교역촉진법 제정으로 사문화된 종합무역법을 미국이 끄집어낸 것은 환율 이슈가 통상압박에 유용한 수단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시장의 한 전문가는 "종합무역법을 시사하는 내용이 계속 강화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교역촉진법 기준을 고려하면서도, 미국의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1988년 종합무역법에 해당할 경우에 조사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자본 통제(capital control)가 새롭게 추가됐다.

시장 개입 증거가 미약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진단되지만, 우리나라도 미국의 입장을 충분히 살필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 함께 국제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OECD는 2015년에 우리 정부의 거시건전성 3종 세트(외환 건전성 부담금·선물환포지션 규제·외국인 채권투자 과세)가 자본자유화 규약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현재는 사라진 문장이지만, 2017년 상반기 미국 환율보고서에는 우리 외환 당국을 향해 거시건전성 또는 자본이동 조치가 환율 수준을 목표하면 안 된다는 표현이 있었다.

다만 국제금융시장 전문가는 "IMF는 우리의 거시건전성 3종 세트가 자본이동을 제약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면서도 "자본 통제 부분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자본 통제와 통화 정책도 환율에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이 보는 것 같다"며 "종합무역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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