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달러화는 미 경제지표 호조에도 보합권에서 엔화에는 내리고, 유로화에는 오르는 혼조세를 보였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17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7.01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7.13엔보다 0.12엔(0.11%) 하락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2371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2375달러보다 0.0004달러(0.03%)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32.39엔을 기록해, 전장 가격인 132.58엔보다 0.19엔(0.14%) 낮아졌다.

달러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연설을 앞두고 엔화에는 보합세로, 유로화에는 상승 출발했다.

이날 시장은 연준 위원들 연설, 미 경제지표, 미·일 정상회담 등을 주목했다.

전날 달러화는 미 경제지표 호조에도 지정학적 위험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율 트윗 등으로 내렸다.

이날 발표된 신규 주택착공과 산업생산 등의 미 지표들은 달러에 우호적으로 나왔지만, 달러화는 무역전쟁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엔화에 낙폭을 확대했다.

미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은 CNBC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일 러시아와 중국이 환율 게임을 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올린 것은 "경고사격"이라며 중국이 과거에 했던 것처럼 위안화를 절하시키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재가입하고 싶어하는지는 답변을 거부했으며 성장률이 높아지는 것이 세수 부족을 메울 것으로 전망했다.

스코셔뱅크는 "달러는 높게 거래되고 있지만, 최근의 약세에서 반등한 것"이라며 트럼프의 트윗은 보호무역주의에 걸맞고, 이는 달러의 전체 성과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FXTM의 루크먼 오투누가 연구 분석가는 "달러는 이날 주요 통화에 대해서 올랐지만, 달러에 대한 심리가 변한 결과는 아닐 것 같다"며 "그보다는 기술적인 반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유로화는 독일 경제지표 약세로 달러에 약해졌다.

독일 민간 경제연구소인 유럽경제연구센터(ZEW)의 4월 독일 경기 기대 지수가 전달 5.1에서 마이너스(-) 8.2로 떨어졌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3도 밑돌았다.

파운드화는 전반적인 달러 약세 덕분에 한때 1.4377달러까지 올랐다가 경제지표 부진에 반락했다. 이 수준은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브렉시트 투표에 나섰던 2016년 이후 최고치다.

영국의 작년 12월~올해 2월(12~2월) 실업률이 4.2%로 집계됐다. 이전 3개월 실업률 4.3%보다 낮아진 것으로, 지난 197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평균임금(보너스 포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했다. 이는 시장 예상 수준이지만 중앙은행의 5월 인상을 담보하는 수준인 3.0%에는 못 미쳤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키트 주크스 거시 전략가는 "트럼프의 트윗은 그가 달러 강세 대통령이 아니라 달러 약세론자라는 견해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주크스는 또 "브렉시트 낙관론도 파운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며 "영국 경제가 전에 예상했던 최악의 수준까지는 아닐 것이라는 안도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들은 호조였다.

지난 3월 미국의 주택착공실적이 다세대주택의 증가로 시장 예상을 웃도는 증가세를 보이면서 반등했다.

미 상무부는 3월 주택착공실적이 전월 대비 1.9% 증가한 131만9천 채(계절 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전망치는 1.6% 늘어난 126만 채였다.

3월 주택착공 허가 건수는 2.5% 증가한 135만4천 채를 보였다. 예상치는 0.8% 늘어난 131만 채였다.

3월 다세대주택 착공은 전월보다 16.1% 늘었지만, 단독 주택은 3.7% 줄었다.

3월 단독 주택은 허가 건수도 5.5% 감소했다. 2017년 9월 이후 최저치다.

리얼터닷컴의 대니얼 헤일 수석 경제학자는 "단독 주택은 감소하고, 다세대주택은 급증했다"며 "단독 주택은 우리가 봐야 할 상황과 반대로 간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미국의 산업생산이 제조업 주도로 두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연준은 3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0.5%(계절 조정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는 0.4% 증가였다. 3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산업생산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3월 제조업생산은 기업 장비와 자동차 생산이 늘어난 덕분에 전월비 0.1% 올랐다. 2월에는 1.5% 증가했다.

제조업은 달러 약세와 세계 동반 경기 호조 덕분에 전년 대비로는 3% 늘었다.

산업생산의 '슬랙'을 측정하는 지표인 3월 설비가동률은 전월대비 0.3%포인트 오른 78%였다. 3년 내 최고치다. 애널리스트들은 77.9%로 전망했다.

앰허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경제학자는 "월간 숫자는 올해 지금까지 왔다 갔다 하지만 기저의 그림은 좋다"고 평가했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상승에도 엔화에 낙폭을 확대했다. 반면 유로화는 달러화에 낙폭을 줄였다.

제프리스의 브래드 베첼 전략 헤드는 이날 달러의 강세는 저변동성 상황에서 발생했다며 이는 세계 무역전쟁 우려 지속을 감안하면 놀라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첼은 트럼프의 무역상대국에 대한 공격적인 접근은 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세계 성장세를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운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장 변동성 하락은 많은 투자자가 불확실성 때문에 거래를 안 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자는 접근'을 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 설문에 따르면 4월 세계 기술주에 대한 자산 배분 순비중이 20%에서 14%로 급락해, 2013년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또 기업 실적도 정점을 찍었다고 예상했으며 또 세계 채권에 대한 자산 비중을 4월에 소폭 높였다.

이날 연준 위원들의 연설 행진이 이어졌지만, 시장 영향은 크지 않았다.

비둘기 성향의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찰스 에번스 총재는 시카고 로터리 클럽에서 가진 연설에서 "현재 경기 과열 위험은 특별히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기 주기에서 성장 호조가 경제를 과열하게 하고, 임금을 높이고, 다른 사업 비용을 높여서 물가를 끌어 올린다는 생각은 2차 세계 대전부터 2003년까지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에번스는 "지난 15년간 다소 달랐다"며 현재 기존 수준을 웃도는 성장에 대한 물가의 반응은 상당히 조용하다고 지적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스페인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2.5%를 보이고, 실업률이 2019년 3.5%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 등과의 무역 갈등은 궁극적으로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오전에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미국의 "4.1% 실업률은 자연 수준 밑으로 내려간 것"이라면서 "이는 경제에서 물가를 끌어 올리는 데 필요한 수준 밑으로 내려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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