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의 수익률 곡선이 장기물 수익률은 내리고, 단기물은 오르면서 더 누웠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7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0bp 내린 2.814%에서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8bp 상승한 2.386%에서 움직였다.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3bp 낮은 2.998%에서 거래됐다.

10년과 2년 만기 수익률 차이는 전일의 45.7bp에서 42.8bp로 좁혀졌다. 2007년 9월 이후 가장 가깝다. 지난해 말에는 125bp, 2월 초에는 78bp에 달했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장기 국채가는 경제지표 호조와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에도 보합권에서 출발한 후 반등했지만, 기준금리 인상 기대 영향을 많이 받는 단기 국채가는 하락했다.

시장은 국채수익률 곡선의 기울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 연설, 미 경제 상황, 미·일 정상회담 등을 주목했다.

전날 국채가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완화와 경제지표 호조로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진 가운데 10년과 2년물은 내렸지만, 30년물은 오르는 혼조세를 보였다.

금리 전략가들은 최근 10년과 2년 만기 수익률 차이가 좁혀지는 것은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연준이 지속해서 기준금리를 높일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전략가들은 이날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였으며,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IMF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7%에서 2.9%로, 내년 역시 2.5%에서 2.7%로 올렸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올해 2.4%로 전망치가 0.2%포인트 높아졌다. 내년은 2.0%로 유지됐다. 일본은 올해와 내년이 1.2%와 0.9%로 종전과 같았다. 중국도 6.6%와 6.4%로 종전 전망치에서 변하지 않았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들도 호조였다.

지난 3월 미국의 주택착공실적이 다세대주택의 증가로 시장 예상을 웃도는 증가세를 보이면서 반등했다.

미 상무부는 3월 주택착공실적이 전월 대비 1.9% 증가한 131만9천 채(계절 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1.6% 늘어난 126만 채였다.

1분기 주택착공은 전년 대비 8% 늘었다.

3월 주택착공 허가 건수는 2.5% 증가한 135만4천 채를 보였다. 예상치는 0.8% 늘어난 131만 채였다.

3월 다세대주택 착공은 전월보다 16.1% 늘었지만, 단독 주택은 3.7% 줄었다.

3월 단독 주택은 허가 건수도 5.5% 감소했다. 2017년 9월 이후 최저치다.

리얼터닷컴의 대니얼 헤일 수석 경제학자는 "단독 주택은 감소하고, 다세대주택은 급증했다"며 "단독 주택은 우리가 봐야 할 상황과 반대로 간다"고 설명했다.

다세대주택의 건설 호황이 더 지속하는 것은 개발업자들이 단독 주택 수요가 줄어들 것을 대비해 임대용 주택 건설로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금리 인상과 세제개편은 최근 단독주택시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렌딩트리의 텐다이 카프피제 수석 경제학자는 "다세대주택 건설 증가는 주택구매 용이성이 건설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첫 신호일 수 있다"며 "단독 착공이 가격이 비싼 데다 세제개편 영향을 많이 받는 북동부에서 특히 약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3월 미국의 산업생산이 제조업 주도로 두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연준은 3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0.5%(계절 조정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는 0.4% 증가였다. 3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산업생산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3월 제조업생산은 기업 장비와 자동차 생산이 늘어난 덕분에 전월비 0.1% 올랐다. 2월에는 1.5% 증가했다.

제조업은 달러 약세와 세계 동반 경기 호조 덕분에 전년 대비로는 3% 늘었다.

3월 자동차 생산은 2.7% 늘었다. 3월 내구소비재 생산은 0.9% 증가했다.

3월 기업 장비 생산은 0.5% 증가했다.

산업생산의 '슬랙'을 측정하는 지표인 3월 설비가동률은 전월대비 0.3%포인트 오른 78%였다. 3년 내 최고치다. 애널리스트들은 77.9%로 전망했다.

앰허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경제학자는 "월간 숫자는 올해 지금까지 왔다 갔다 하지만 기저의 그림은 좋다"고 평가했다.

IHS 마킷의 마이클 몽고메리 디렉터는 "자동차 판매의 부활이라는 아주 낡은 현수막을 넘어설 만한 것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누구도 세계 무역 긴장이 단기적으로 어떻게 흔들릴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장기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상승에도 오름폭을 높였다.

전략가들은 국채수익률 곡선의 평탄화에 대해서 계속 주목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애론 콜리 전략가는 "수익률이 횡보장세를 보이지만 한 가지 바뀐 게 있다면 커브 플래트닝이다"라며 "시장은 곡선 앞단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지만, 뒷단에서는 성장이 기대를 벗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FTN 파이낸셜의 짐 보겔 분석가는 "3월 소매판매도, 소비자물가도 미국인의 소비가 세제개편에 빠르게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주지 않는다"며 "반면 연준은 재정 부양의 잠재 위험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겔은 "두 견해 모두 맞을 수 있다"며 "그래서 많은 전략가들이 추가 곡선 평탄화를 추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찰스 에번스 총재는 시카고 로터리 클럽에서 가진 연설에서 "현재 경기 과열 위험은 특별히 크지 않다"고 말했다.

에번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도 비둘기 성향에 속한다.

그는 현재 경기 주기에서 성장 호조가 경제를 과열하게 하고, 임금을 높이고, 다른 사업 비용을 높여서 물가를 끌어 올린다는 생각은 2차 세계 대전부터 2003년까지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에번스는 "지난 15년간 다소 달랐다"며 현재 기존 수준을 웃도는 성장에 대한 물가의 반응은 상당히 조용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다는 전망도 꾸준히 등장한다.

JP모건은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3월에 연율 1.9%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2월에는 1.6%였다. 이달 후반에 발표된다.

이날 연준 위원들의 연설 행진이 이어졌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스페인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2.5%를 보이고, 실업률이 2019년 3.5%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 등과의 무역 갈등은 궁극적으로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오전에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미국의 "4.1% 실업률은 자연스러운 수준 밑으로 내려간 것"이라면서 "이는 경제에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수준 밑으로 내려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 설문에 따르면 4월 세계 기술주에 대한 자산 배분 순비중이 20%에서 14%로 급락해, 2013년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 펀드 매니저의 40%는 주식이 올해 하반기에 정점을 찍고, 18%는 이미 정점에 도달했으며 39%는 내년이나 그 이후를 정점으로 내다봤다.

투자자들은 또 기업 실적도 정점을 찍었다고 예상했으며 또 세계 채권에 대한 자산 비중을 4월에 소폭 높였다. 3월에 세계 채권에 대한 비중을 축소한다는 응답률이 64% 정도였지만, 이달에는 55%로 낮아졌다. 2월에는 69%에 달했다.

libert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