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뀔 때마다 회장 교체 반복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임기를 무려 2년이나 남겨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전격 사퇴한다. 정권이 바뀌면서 포스코의 수장이 교체되는 이른바 '포스코 잔혹사'가 또 되풀이되는 셈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50%가 넘는 데다 권 회장이 특별한 과오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스코가 단순히 정권의 전리품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권 회장은 18일 오전 열릴 임시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3월 회장으로 취임한 지 4년 만에 물러나는 것이다.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긴 상황에서 권 회장의 사퇴는 '정권의 압박'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000년 포스코는 민영화됐지만, 정권 교체기 때마다 수장이 '물갈이'됐기 문이다. 실제로 권 회장도 지난해부터 사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철강업계 안팎에서는 들렸다.

최근 사퇴 압박이 세지면서 권 회장은 주변에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 회장은 지난 16일 이후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사퇴 의사를 이사회 구성원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권오준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임직원이 고통받을 수 있다는 점에 불편한 마음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이번 사퇴는 권 회장의 과오가 없었다는 점에서 특히 논란이다. 오히려 권 회장은 지난 4년 동안 각종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포스코를 건실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최고 71개까지 늘었던 포스코 국내 계열사는 38개로 줄었고, 해외 계열사는 181개에서 124개로 감축됐다.

주요 자산 매각과 비용절감으로 4년 동안 7조원의 누적 재무개선을 이뤘다. 부채비율은 사상 최저인 66%(연결 기준)로 낮췄다.

지난 2015년 사상 첫 적자를 낸 포스코가 지난해는 3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거둔 '우량 철강사'로 거듭난 데도 권 회장의 역할이 컸다. 최순실 사태로 시끄러워질 때도 이사회는 면밀한 검증으로 권 회장이 연루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권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측면에서도 권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떠날 이유가 없다는 게 철강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권오준 회장의 퇴진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도 곱지 않다.

포스코는 민영화된 지 20년 가까이 된 기업으로서 외국인 지분율이 전날 기준 57%에 달한다. 사실상 정부 측인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은 10% 수준에 그친다.

정부의 포스코 인사개입이 자본시장을 부정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포스코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포스코의 외형상 지배구조 체제는 상당히 우수하다"며 "다만, 정부의 입김으로 무력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시스템보다 사람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비판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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