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의 잇따른 서프라이즈 행보에 주식 시장이 지친 기색을 보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8일 보도했다.

해가 갈수록 SBG가 투자회사의 면모를 강화하고 있어 회사의 본원적 가치를 찾는 기업 분석이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신문은 최근 주가도 신통치 않다며, 스피드 경영에 시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SBG 주가는 전일 대비 0.34% 하락한 7천970엔을 기록했다.

SBG가 미국의 거대 언론그룹 '트롱크'(트리뷴 퍼블리싱)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지만 주가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SBG 주가는 올해 들어 11% 넘게 하락해 닛케이 지수(약 4%)보다 더 큰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간 손정의 회장은 SBG를 향후 300년간 존속하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강조해왔다. 주식 시장이 당장 눈앞의 수익이 아닌 장기 성장 스토리를 바라봐줬으면 하는 게 손 회장의 바람인 셈이다.

이에 따라 SBG는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현재 영위하는 사업과는 선뜻 연관 짓기 어려운 영역에도 적극 투자했다.

SBG는 지난 2016년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홀딩스를 3조3천억 엔에 인수했고 작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10조 엔 규모의 비전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과거 시장은 이와 같은 서프라이즈 행보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최근에는 소화불량 상황에 빠졌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한 운용사 담당자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고 싶어도 최근 수년간 주가가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며 "손 회장 1인에 권한이 집중돼 있고 재무 체질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IT 버블 붕괴로 급락했던 SBG 주가는 지금까지 고비인 1만 엔을 넘은 적이 있지만 1만 엔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비전펀드가 투자하는 하이테크 기업과 SBG 본업과의 시너지가 불투명해 투자자들이 점점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BG의 오랜 팬들도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수억 엔 규모의 SBG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한 60대 여성 투자자는 "손 회장을 점점 따라갈 수 없게 됐다"며 매도로 움직였다.

신문은 지금 SBG에 필요한 것은 시장 참가자들과의 대화라며, 자회사 소프트뱅크 상장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회의적인 투자자들을 설득하지 않으면 '서프라이즈' 연출의 신통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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